은행의 착취경영 철폐 책임경영 확립
2009.11.27, SC제일은행 노동자 대회 연대사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눈물의 비디오’ 주인공이었던 제일은행 노동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섰다.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은 뉴브릿지캐피털이라는 투기자본에게 헐값에 팔려나갔다. 그들은 몇 년 만에 1조 1500억 원이라는 단기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당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국세청을 찾아가 양도차익세 4000여억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뉴브릿지캐피털 본사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있다는 이유로 과세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세금부과 등 규제를 가하면 금융의 흐름을 방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생산 감소와 고용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라부안은 면세지역(tax haven)이기 때문에 뉴브릿지캐피털은 그 곳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투감센터의 운동이 벌어지자 뉴브릿지캐피털은 못이기는 척하며 200억 원의 성금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으로 생색을 냈다. 그 이후 뉴브릿지캐피털은 다시 하나로 텔레콤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수천 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투기자본의 모습이다.
1901년에 노벨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상이 제정되었으나 경제학상은 1968년에 와서야 제정됐다. 노벨경제학상을 있었다면 몇 번이라도 받았을 경제학자 J.M.케인즈는 세계대공황이 휩쓸고 간 뒤인 1930년대에 이미 금융자본의 ‘투기적 동기(speculative motive)’에 대해 경고했다. 케인즈 학파의 후예로서 198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토빈은 투기자본에 과세할 것을 주장했다. 유럽의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되자 보수자본언론들은 이를 폐쇄적이거나 운동권의 논리로 치부했다. 그러다가 작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자 국내 언론에서도 조심스레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과세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은 경제의 순환역할을 하는 피와 같은 존재다. 신선한 피가 잘 유통될 때 경제라는 몸은 건강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피가 경제의 선순환 역할(투자)을 하지 않거나(투기) 흐르는 혈관에다가 누군가 빨대를 꽂아 이를 부당하게 뽑아간다면 경제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 SC제일은행은 은행자본이 아니라 투기자본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물을 채운 저수지 둑이 터지면 물을 관리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저수지 아래서 혜택을 입고 있는 사람들조차 피해를 입는다. 지금 SC제일은행의 투기적 행태로 말미암아 은행 노동자들은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은행의 착취경영은 종사들뿐만 아니라 은행을 이용하는 노동자, 기업인 등 금융소비자들에게 부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제일은행 노동자들은 더 이상 눈물의 비디오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는 투쟁, 투기자본의 행태로부터 은행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투쟁에 힘차게 나서야 할 것이다.
<투쟁 구호>
1. 착취경영 철폐하고 책임경영 쟁취하자!
2. 단기업적 눈이 멀면 SC제일 몰락한다!
3. 투쟁 없이 쟁취 없다 투쟁으로 쟁취하자!
4. 연중무휴 캠페인에 우리직원 다 죽는다!
5. 무분별한 외부채용 지금 즉시 중단하라!
6. 기준 없는 평가제도 즉각 개선하라!
7. 본부직원 지주사 배치음모 즉각 중단하라!
8. 직원착취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은행 임직원의 경영성과 평가)즉각 폐기하라!
9. 원칙 없는 파행인사 직원들은 분노한다!
10.투자 없이 미래 없다 IT에 투자하라!
11.단체협약 및 노사합의사항 준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