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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대안재정 전략은 가능한가?
허영구
1735 6902  /  2803
2009년 10월 09일 11시 45분 26초
 

진보적 대안재정 전략은 가능한가?


                          허  영  구(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양산지역 출마대회에서 자신이 여당대표로 있으면서 양산지역에 많은 예산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당 대표였으니까 내년도 예산으로 치자면 전국적인 예산을 확보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치나 선거공학 측면에서 지역차원의 나눠먹기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그저 4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모든 권한을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위임한다. 지난해 촛불투쟁에서 불렀던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 헌법 제 1조는 정부를 만드는 형식을 말할 뿐 내용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일정한 정치세력들이 정부운영을 독점한다. 따라서 재정운영 역시 그런 구조에 종속된다. 다른 한편의 보수야당도 국회의원에 당선되거나 재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짠 예산안을 토대로 나눠먹기에 치중할 뿐 진보적 예산편성으로 나가지 못한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서 보듯이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공약 실천을 위한 과도한 예산배정이나 국회의원들의 출신지역 안배에 치중한다. 이는 자원의 적정한 배분에도 배치된다. 그 예산의 성격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선거자금의 원천이 되는 기업가의 이해에 충실한 예산에만 집중할 뿐 공동체 사회를 향한 진보적 재정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진보적 대안 재정전략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의 7% 성장 목표에 따른 세수확보는 전 지구적 경제위기를 맞아 파탄 났고 결국 부자감세를 통한 사회복지 후퇴로 귀결되고 있다. 더욱이 공약사항인 4대강사업에 무리한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국가재정운영의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독재정권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뒷받침하는 다수 집권여당은 획일적으로 거수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보수 야당은 지난 10년간의 집권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진보적 재정편성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고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투쟁의 의지도 부족하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반MB 야4당 연대 중 소수당인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회의원 10여명만으로 이를 해결해 나갈 수도 없다. 발표문에서 제시하는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 시점에서 계급적 노동운동은 실패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규직 내부의 연대, 산업(별)노조, 전국적 단결(총연맹)의 수준을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상가임대차나 주거권운동의 상징이 된 용산참사에서 역시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한계를 노정하였다. 주체의 한계 속에서 대안재정전략 마련이나 구체적으로 제시한 ‘재정전략회의’에 누가 맞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


진보적 대안재정전략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재원마련이다. 사회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먼저 직접세를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보수정치세력들은 근로소득세나 종합소득세 감세비율을 높이는 것을 친 노동자.서민정책으로 선전했고 결과는 상위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설령 상위 계층에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가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간접세를 인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소득세 감세는 노동자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인식되었다. 정부가 직접세를 인상하면 노동자 서민들의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간접세를 인상할 때는 물가상승으로 선전하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는다. OECD국가 중 낮은 수준에 있는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을 고려할 때 대안재정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직접세인상, 부유세 신설 또는 인상, 사회복지세 신설 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조세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조세저항 그리고 한국정치의 선거행태로 볼 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유세 신설의 경우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사회연대전략을 사회(공산)주의로 등치시키는 이념적 장벽이 강고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경쟁(차등)과 효율(성과)이 개별 노동자들에게도 상흔(트라우마)후 내면화 한 상태에서 매우 어렵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자신은 어린 시절 가난과 역경 속에서 살았다고 말하지만 지금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노동당이 부유세 신설을 내걸고 경기도 지역에서 선거유세를 할 때 평생 일 해 아파트 한 채 소유한 사람이 자신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고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신설을 반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노동자․서민이라고 하여 부동산이나 상속․증여세 인상에 무조건 동의한다고 볼 수 없다. 현재와 같이 공공의료기관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상의료를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은 의료(약)자본의 이해로 귀결될 것이다. 다만 ‘무상의료’의 강조보다는 적정보험료 납부로 ‘보험급여확대와 본인 부담료 제로’가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을 전제로 하는 사회연대전략인 ‘사회임금’ 역시 일반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재정수입 확대 못지않게 지출개혁도 어려운 문제다. 사기업(민영)화와 시장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복지확대는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상황은 사회공공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만약 사회임금이 시장위험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에도 그랬듯이 작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국가가 시장으로부터 권력을 양도받았지만 어느 정도  땜질식 처방이 끝나면 시장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의 국가권력은 자본의 일부다. 국가가 주도하는 시장개혁은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참여재정’이나 ‘시민참여를 통한 재정 관리의 민주화’는 현 정세 하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빈부격차와 빈곤화, 고용불안과 장시간노동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통한 참여적 재정전략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대안은 저항을 넘어 구체적 실천이다. 다수대중의 추상적 노동자․서민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87년 체제로 불리는 민주노조운동을 넘어서서 공동체사회를 향한 새로운 계급연대전략을 토대로 하지 않고서는 진보적 대안연대전략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공공연구소 1주년 기념 토론회, 오건호 연구실장 발표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인제정전략”에 대한 토론문, 200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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