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3년 연기하면 민주노총 전망 없다!
속개된 47차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실시 3년 유예(안)이 통과됐다. 재석 대의원 462명 중 365명이 찬성(79.2%)했다. 2007년 1월 선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세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해 4월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직선제 실시안이 같은 대의원대회에서 압도적으로 3년 유예되었다. 5기 집행부는 직선제 실시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고 보궐집행부 역시 약속과 달리 투쟁하느라 바빠서 준비를 못해 물리적으로 실시할 수 없는 이유만 대의원들에게 제시했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몇 개월을 연기해서라도 실시하자는 수정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선제 실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시한 내용에 대한 진위여부도 토론되지 않았다. 따라서 실시를 가능하게 할 다른 방법에 대한 토론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3년 유예라기보다는 간선제로 회귀한 결정이다. 2010년 1월에 6기 민주노총 임원이 간선제로 선출된다.
전체대의원 950명 중 사고 100명을 제외하면 재적대의원은 850명이다.(숫자에 약간 오차가 있을 수 있음) 찬성 365명은 재적대의원의 42%였고, 전체대의원으로 치면 37%에 불과하다. 그러나 재적을 기준으로 하는 파업찬반투표가 아니므로 규정상 문제는 없다. 재적대의원의 과반(426명)이 넘은 462명(재적의 54%)이 투표하여 79.2%가 찬성하여 3분의 2가 넘었으므로 형식적으로는 압도적인 결정이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논의되어왔던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는 무위로 돌아갔다. 집행부는 준비부족이나 선거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부정선거시비에 따른 조직적 문제를 제시했다. 민주노총 안팎으로 세계 어느 나라도 총연맹(내셔널 센터)위원장을 직선으로 뽑는 데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임원을 직선제로 뽑는다고 민주노총이 현재 처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한다. 그런데 이는 전 세계 노동운동이나 민주노총이 왜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깊이 인식하지 못한 데에 기인한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투쟁이 전 세게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모범이 되었듯이 만약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통해 지도부를 선출한다면 이 또한 선거제도의 모범을 창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은 토론이 필요함으로 다른 기회에서 다루었으면 한다.
다시 이번 대의원 대회 결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기로 한다. 임원 선거를 위한 대의원대회를 제외하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온전하게 마무리된 점은 거의 없다. 임원선거를 치루는 대의원대회도 선거가 끝나면 다른 안건은 성원 부족으로 유회되거나 중앙위 등에 위임하고 끝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는 대의원의 대표성과 책임성에 관련된다. 민주노총 대의원은 조합원 500명 당 1명을 대표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조합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직선제 연기를 결정한 이번 대의원대회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직선제를 연기(안)에 투표한 대의원은 자신이 관할하는 조합원 500명의 의사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생각하는가? 내용적으로는 최소한 250명 이상의 조합원이 직선제 3년 연기(안)에 찬성할 때만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았을 때는 대의원은 조합원으로부터 소환되거나 다음 선거에서 대표성을 부여받을 수 없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 절차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런 구조적인 대의원 현실에서 간선제를 실시할 경우 민주노총의 집행기구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땅 2000만(실업자 400만 포함) 노동자의 상징적 구심이자 70만 조합원의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 426명의 표만 얻으면 당선될 수 있는 제도를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 그것도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대의원을 통해서 말이다. 직선제를 주장하면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정파(권력을 잡는 일에만 몰두하고 선거시기에만 활성화되는)구도에서 직선제를 하더라도 조합원들을 자신의 정파와 관련된 후보를 찍도록 일방적으로 선전하고 조직하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간선제를 유지하는 핑계다. 특정한 정파의 노조간부(민주노총대의원)가 단위노조나 지부(분회) 또는 지역별로 조합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조합원 500명 전체를 특정한 후보에게 모두 몰표를 행사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운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민주적으로 대의원을 선출하지도 않는 현재와 같은 간선제 아래서는 조합원들의 권리와 의사를 박탈(강탈)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선거 때 어느 조직에서 특정 후보에게 대의원 몰표가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대의원을 자신의 정파사람으로 일방적으로 지명한 경우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붕괴하고 조직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파들은 대의원 관리와 선거라는 좁은 틀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상, 정책, 조직, 투쟁을 놓고 학습하고 토론하고 경쟁하면서 변증법적으로 조직발전에 기여하는 데 역량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식의 선거가 지속되면 민주노총 임원 선거는 소수의 중간지대를 제외하면 거의 정해진 정파 소속 대의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현장 조합원들과 무관한 상층 권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언론을 통해 바라보는 민주노총 임원은 자신과 거리가 먼 정치적 대상일 뿐이다.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산업노조, 지역본부, 단위노조(지부, 분회)위원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간선제라 하더라도 전노협이나 민주노총 초기와 같이 파업, 집회, 일상 활동 등 대중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밑으로부터 상층 지도력을 인정받을 때는 덜 하겠지만 지금과 같이 민주노총과 현장조합원들의 거리가 멀고 특히 지도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간선제에 의한 임원선출은 민주노총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또 다시 간선제로 임원을 선출할 경우 민주노총지도력은 조합원이 아닌 가맹조직이나 규모가 큰 사업장 집행부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
10만 명 내외의 조합원 직선제로 뽑힌 산업노조 위원장이나 몇 만 명 규모의 단위노조나 지부장의 입장이나 주장을 막을 방도가 없다. 민주노총은 점점 상징적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그 동안 잘못된 민주노총 개혁(혁신)방안으로 제기되어 온 중앙은 정책․ 정치․연대 사업만 하고 투쟁은 산하조직에 맡겨두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금년 쌍용자동차지부 투쟁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원심력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금년 쌍용차 투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입장을 볼 때(쌍용차 지부는 현재 투쟁 진행 중임) 몇 백 명 정파선거로 뽑힐 민주노총 지도력의 한계는 명백하다. 특히 자본독재정권의 민주노총 와해 공세가 몰아치고 있는 현실에서 지도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만약 내년에 단위사업장 복수노조가 실시되고 현재처럼 민주노총 탈퇴나 아니면 실질적 산업노조 이탈이 확대될 경우 민주노총 중앙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직선제를 연기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하반기)투쟁 사업이 바쁘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의 구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BM 전선이니 야4당이나 시민단체와의 연대라는 명분으로 회의, 기자회견, 집회 등으로 바쁘다고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나 1996~97 노동법개악저지 총파업투쟁의 추억이나 명성만으로는 이미 쇄락한 노동운동현실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층에서 개혁과 혁신을 백날 얘기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논의를 하는 사람들 스스로 지금의 문제를 풀어갈 능력이나 비전 그리고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직선제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여를 통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이번 대의원 대회에서 직선제를 3년 유예하는 결정을 듣고 좋아한 곳은 조합원들이 있는 현장이 아니라 바로 자본과 정권이었다. 그들에게 민주노총은 강력한 적이 아니라 유약한 존재로 명맥만 유지하겠다는 것을 스스로 선언해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하반기에 70만 조합원의 직선제를 통해 지도부가 선출되어 투쟁을 조직한다면 2010년 자본과 노동의 대치전선은 상당부분 회복될 것이고 조직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직선제 3년 유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직선제를 통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물론 47차 임시대의원대회 결정으로 내년 1월 간선제 선거는 불가피하게 되었다. 단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를 구성하는 대의원을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조직별로 직접선거로 선출해야 한다. 민주노총 대의원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지 않으면 규약위반이고 자격이 없다. 자격이 없는 대의원에 의해 선출된 임원이나 여타 모든 결정 역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이전 전제로 대의원 선출 시 직선제에 대한 조합원 의사를 확인한다. 직접선거를 통해 뽑힌 6기 집행부는 1년 이내에 규약을 변경하고 직선제를 실시한다. 실질적 비상대책위가 되는 셈이다. 6기 집행부를 직선제로 뽑겠다고 만천하에 공표해 놓고 선거부정시비니 선거를 치룰 역량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민주노총 스스로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간선제로 뽑히는 지도부는 현장 조합원대중에게 실질적인 민주노총 지도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자본이나 권력도 우습게 볼 것이다. 직선으로 뽑혀 스스로 정통성을 강조하며 탄압하는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위원장(임원)을 반드시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 물론 이번처럼 직선제를 실시할 수 없는 조건(방법)을 핑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먼저 조합원이 노조가입 시는 제공하는 데 민주노총 임원선거 때는 신상정보 공개를 우려해 제출하기를 꺼린다는(과장된 측면이 강하지만) 주민등록번호의 경우는 앞 생일부분은 밝히고 뒷부분은 -×××××××로 표시하면 된다. 그리고 주소나 전화번호 등을 포함해 민주노총 위원장 명의로 임원선거 외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정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 확인해 준다. 그리고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약속한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전국에 수많은 투표구를 어떻게 부정시비 없이 관리(선거관리, 참관인)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영국노총(TUC)산하 산업노조들이 하는 방식인 전 조합원 우편투표(후보자 공약과 선전물, 반송봉투를 통한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조합원이 모여 있는 일정규모 이상(예를 들면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 1 이상)사업장은 후보참관인과 선거관리위원이 관리하는 직접투표를 실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우편을 통한 부재자투표방식으로 하는 방안이다. 직선제를 통해 탈진상태에 있는 민주노총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민주노총을 되살리는 방안을 바깥에서 찾으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합원과 현장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직선제는 그 첫 번째 방안이고 강력한 대안이며 혁신의 제 1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