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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으로 청소하는 고용불안 여성노동자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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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01일 09시 31분 04초
 

염산으로 청소하는 고용불안 여성노동자


지하철 철로를 받치는 노반은 시멘트로 되어 있다. 회색빛 시멘트는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하철 운행이 멈추는 밤부터 새벽까지 지하철 역사에서 청소하는 50~60대 여성노동자들이 염산이 함유된 약품(일명 고게터)으로 노반을 닦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성노조연맹에 따르면 지난 해 8월에 금지하기로 한 염산함유 약품이 일부 역사에서 청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염산을 사용해 노반을 청소하면 당연히 희게 변한다. 그러자 청소검열 시 염산을 사용한 역과 그렇지 않은 역이 비교되어 염산을 사용하지 않은 역은 재검사를 실시한다. 그 경우 노동강도는 2배로 늘어난다. 염산 사용은 환경오염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노반이 균열되어 전동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 뿐만 아니라 호텔식 청소방법이라며 대리석, 화강암을 기계로 갈아 광을 내도록 하여 노동강도는 종전보다 2~3배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지금 서울의 지하철은 시민의 안전보다 검열에 대비한 광택내기에 급급하고 여성노동자들은  심신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요즘 도시철도공사와 여의도 국회 앞에는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에 지친 몸을 무릅쓰고 집회를 열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은 여성이자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최저임금선상에서 고통 받고 차별받는 최하층 노동자들이다. 도시철도공사는 서울지하철 5~8선을 관리하는 서울시 산하 공사다. 역사 청소는 15개 관리소에 13개 업체가 맡아 청소를 하고 있다. 이 곳에는 1400여명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가 지하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된 청소노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비정규직이자 용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계약이 끝나는 연말이면 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지난해도 노조가 없었거나 노조의 투쟁이 없었다면 155명의 해고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금년 말에는 도시철도공사가 제안서 입찰제도를 통해서 전 체 인원의 30%인 420여명을 감원할 것이란 소문에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제안서 입찰제도란 종전처럼 청소인원이나 인건비를 입찰공고 내용에 넣지 않고 단지 예정가격만 공고한다. 그러면 용역업체는 청소인원과 임금을 책정하여 제안서를 제출하고 그 중에서 적당한 업체를 낙점하여 선정하는 입찰제도다. 이 경우 공사는 청소인원을 대폭 줄이고 예산을 절감한 업체를 낙점할 것이다. 새벽 6시 역사에 나와 세계 최고수준의 청소 일을 하고 있다는 여성노동자들은 이처럼 용역업체에 노예 신분처럼 단기 계약되어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생계를 책임져야 할 60대 전후의 고령 여성노동자들이 인생의 마지막 직장인 지하철 역사에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절규한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역사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대가가 고작 이것이란 말인가 하고 분노의 함성을 외친다.


지금 여성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 해 한국철도공사가 시행한 제안서 입찰제로 금년 1월 1일부로 320명 중 25%인 80명이 감원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처음에는 감원에 대해 알지 못하다가 계약체결이 끝난 다음에 알게 되므로 노동자들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약점을 이용해 60대 전후의 여성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매우 비열하고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 도시철도공사 사장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측근이므로 이명박 후보가 이 문제를 해결하라며 여의도 이명박 후보 선거본부 사무실 근처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주장한다. 고용승계보장, 제안서 입찰제 도입 중단, 지하철 위험 자초하는 염산 사용 노반 청소 폐지, 청소용역업체인 (주)에스디케이의 퇴직금 중간청산 합의 이행, 기간제법 철회하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청소용역 도급계약제도 개선 등이다. 현대판 노예제도라 일컫는 비정규직의 단기계약은 국가, 사회적으로 파기해야 한다.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당연히 지하철공사의 직원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 한 가족이며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라고 지하철 내에 포스터를 붙이기 전에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부터 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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