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리해고라니요? - 자본과 권력의 노동자해고는 추악한 살인행위 -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정당, 정리해고 철회돼야
허 영구(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해고통지를 받은 노동자들의 가슴엔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내는 현기증을 일으키며 눈망울 초롱초롱한 어린아이를 껴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곧바로 노동자는 파업대오로, 가족들은 가족대책위(가대위)로 결합하여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며 투쟁에 나선다. 쌍용자동차 사측은 지난 4월 8일 전체 직원 7,130명의 36%인 2,646명(관리직 297명, 연구직 30명, 기능직 2,319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했다. 생산직 노동자는 50%에 해당한다. 회사는 정리해고 뿐만 아니라 C-200을 양산하기 위해 503명을 강제 휴직시키는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인원감축을 통한 1,360억 원 절감과 휴직, 임금삭감 등으로 총 1,890억 원을 절감한다는 회사회생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는 3조 2교대로 주간 연속 2교대 5시간 노동을 전제로 후생복지기금을 담보로 1,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노조가 제시한 자구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2,000억도 안 되는 인건비 절약으로 쌍용자동차가 회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버이날인 5월 8일 노동부에 정리해고를 신고할 때까지 240명이 강제 희망퇴직 했고, 6월 8일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는 1,700여명이 강제희망퇴직을 강요당해 정리해고자수는 1,056명으로 줄었다. 정리해고 이전부터 시작된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을 통 털어 3,000여명이 정든 일터인 공장을 떠났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은 완성차인 쌍용자동차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청, 협력업체 등 20여만 명이 관련되어 있어 연관 산업효과가 매우 크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만큼 협력업체 노동자들 역시 해고당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은 경제위기시기에 일자리를 지키거나 창출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버젓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에 투자한다는 28조원의 단 3%인 1조원만 투자하면 정리해고 없이 쌍용차를 회생시킬 수 있다. 20여만 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28조원을 투입해 강바닥을 삽질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시켜 줄 수 있다.
지금 한 달 가까이 공장에서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정리해고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핵심조합원 1,000여명을 제거하기 위해 정리해고라는 폭력적이고 살인적인 만행을 행사하고 있다. 침략자들이 핵심인사들을 잡기 위해 마을을 불태우고 가족들을 살해하는 것과 하나도 다름없는 초토화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주인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의 노동자들을 정리한 뒤 인건비가 적은 젊은 노동자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노조를 파괴하고 향후 전개될 GM대우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공장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모범으로 삼겠다는 일석사오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정권과 자본의 전략이다. 자본은 안정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매우 순종적인 자세(무노조 또는 어용노조)로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일(생산성)을 하는 노동자를 원한다.
경제위기시기에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넘어 위기 극복의 비용을 노동자들에 떠넘기며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가정이 파괴되든 말든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은 전혀 상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와 그 가족의 피와 눈물이 더 많이 흐르는 만큼 자본이 착취한 잉여는 더 쌓여간다. 여기서는 해고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5월 23일, 6월 11일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의 압박에 고통 받던 조합원 두 명이나 유명을 달리했다. 전쟁에는 전투병만 사망하는 게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비무장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클 수도 있다. 자본은 이런 전쟁 상황을 이용하여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관리자와 해고통보를 받지 않은 노동자들을 동원해 소위 말하는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죽지 못해 억지로 끌려나오는 사람들이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자들 앞에서 결코 당당할 수 없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노-노갈등’이란 없다. 그것은 ‘노-자갈등’의 한 현상일 뿐이다.
쌍용차 사측은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한다. 그러기 전에 사측은 5월 31일 일방적으로 단행한 직장폐쇄부터 풀어야 한다. 자본이 시행하는 ‘직장폐쇄’는 노동자 파업에 대응하는 수단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상 ‘자본파업’이다. 이는 매우 명백한 불법이다. 노동자들에 착취한 돈을 투자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6월 8일 단행한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 상대의 등에 칼을 꽂으면서 무장을 해제하라고 한다. ‘함께 살기’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는 추악한 ‘살인행위’다. 사측은 구사대를 동원해 파업대오를 압박하면서 공권력투입을 요청할 것이다. 노조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손배 가압류를 파업 중인 중간간부들에게도 확대할 것이다. 친인척을 동원하거나(핸드폰을 통해) 각 종 여론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파업대오에서 이탈하도록(때때로 헬기에서 유인물을 뿌려) 선무공작을 펼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것이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자본은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해고했지만 ‘작지만 강한 회사’인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SUV)들은 매우 튼튼하게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우량자동차를 만든 노동자를 불량이라 몰아세우는 저질 자본가와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법적으로도 그들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서비스센터 외주는 자동차관리법 57조(자동차 관리사업의 금지행위)1항 2조를 위반하고 있다. 그들이 떠들어 댄 근로기준법 24조에 따른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 역시 법조문을 일방적으로 해석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법 24조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이지 ‘자유로운 해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해고를 제한’하라는 조항을 가지고 ‘마음대로 해고’하라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폭력이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합당해야 하지만 아무리 긴박하다 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자본과 정권은 노조의 해고회피노력보다 못한 자구안을 내놓고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학살하였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2006년 아무런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오직 기술을 빼먹기 위해 들어온 상하이 투기자본에게 알짜배기 공장을 팔아넘긴 노무현 정권에서부터 경영자, 대주주, 채권자 등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엉뚱하게도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상용자동차 문제는 상하이자본이 당초 약속한 10억 달러(1조 2천 억 원)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유동성 위기다. 그것이 경제위기에 더해 상황이 악화되었다. 유동성위기는 개별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에도 위기가 발생한다. 국가가 유동성위기에 빠져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정권이 퇴진해야지 왜 국민을 해고시키려 하는가? 만약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정당하려면 경영자금(정부의 공적자금이든 대주주의 약속 이행자금이든)을 투입하고서도 공장이 정상화되지 않았을 때를 말한다. 그러나 지금 쌍용자동차는 희망 퇴직한 직원들의 퇴직금도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그 책임이 왜 노동자여야 하고 노동자 정리해고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정부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구조조정을 완료하면 공적자금을 주입하겠다는 것이고 쌍용자동차 정도의 공장을 정상화하려면 다시 신규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면서도 노동자 1,000명을 정리해고 한 뒤 다시 1,000명을 신규 채용하려는 자본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들은 외국투자자들이나 이상한 자본가 단체나 연구소의 통계를 빌려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있다고 말해 왔다. 이번 기회에 노동자를 대량 해고함으로써 노동시장유연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공장 중 상대적으로 노조의 투쟁력이 약하고 규모가 작은 쌍용자동차를 택한 듯이 보인다. 독재자 이승만을 내세우기 위해 미군정이 제주도를 초토화시키고, 살인마 전두환이 군사독재정권을 세우기 위해 광주민중을 학살했듯이 지금 정권과 자본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노동시장 유연화 공격을 가하고 있다. GM대우나 현대, 기아 역시 이런 정권과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투쟁의 정당성을 충분히 알렸다. 그러나 조, 중, 동을 비롯한 수구보수자본언론들은 사실을 왜곡했다. 자본과 정권, 정치권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 스스로 투쟁을 통해 이들의 기만과 공세를 분쇄해야 한다.
먼저 옥쇄파업을 하는 투쟁대오가 무너지지 않도록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총력을 다 해야 한다. 지금 시기에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민주노총은 주요회의(중앙위 또는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고 투쟁과 구체적인 연대방안을 다시 한 번 결의해야 한다. 장기파업 과정에서 단전, 단수, 물자반입 차단 등에 대비해 투쟁기금을 조속히 지원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만의 투쟁이 아님을 인식하고 산업노조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연대단위들 역시 지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더 많은 연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한편 가족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있고 그래서 장기투쟁에서 지칠 수 있다. 강제 정리해고당한 노동자 가족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대책위 차원을 넘어선 대응이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공장정상화만이 쌍용자동차 문제해결의 첩경이다. 이를 위해 상하이 대주주에 배임횡령 등 책임을 물어 주식을 소각하고 정부와 노조가 대주주로서 경영정상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노조 사이에 노정교섭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지 못하는 정부가 아니다.
(200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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