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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희롱)에 대한 재사과문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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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3월 30일 19시 53분 57초

성폭력(희롱)에 대한 재사과문

 

작년 12월 초 민주노총 간부에 의한 여성조합원 성폭력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 만에 민주노총은 조직 내외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임원이 총사퇴하였다. 비상대책위가 구성되었고 신뢰를 받지 못한 자체 진상조사결과 대신 외부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재진상조사결과 사건 은폐가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2001년 초부터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을 신설하고 성평등 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성폭력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중심주의가 아니라 조직보전의 논리가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또 조직의 책임자들이 성폭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직 내 불평등한 성문화, 관습, 제도, 폭력적 술자리 문화 등 조직적 상황을 무시하고 여전히 가해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나는 먼저 조직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지만 나 역시 임원의 한 사람으로써 책임을 느낀다. 나아가 오래된 일이지만 나 역시 가해자로서 완전한 사과와 반성이 부족했음을 통감하고 재사과문을 쓴다.

 

2000년 12월 13일 ‘운동권내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위원회“는 운동권내 성폭력 가해자 명단 15명 중 한 명으로 내 이름을 발표했다. 피해자는 ‘4~5년 전에 간부들과 술을 먹고 함께 집으로 가던 택시 안에서 가해자가 몸을 기대는 등 성희롱을 했고, 술을 더 마시러 가자고 추근거려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이 공개되기 전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로부터 내가 여성동지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나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총 건설 전후로 여러 행사나 조직사업 등으로 술자리와 과음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황상 그런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래서 피해당사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 직접 사과하거나 그것이 어려우면 대신 사과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가해자 명단이 공개된 12월 13일은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노동자 회의에 참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고 12월 15일 출근과 함께 ‘민주노총 간부로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당사자와 민주노총 동지들, 나아가 모든 분들께 물의를 빚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공개사과문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리고 위원장에게 부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했다. 물론 임기가 한 달 정도 남은 상태였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위원장은 진상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하자고 했다. 12월 26일 상집위원회가 열려 진상조사팀을 구성했고 나는 여성위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 당시 민주노총에서는 성평등 교육이나 성폭력 관련 규정이 없었고 따라서 조사결과에 대한 어떤 조치나 권고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12월 28일 민주노총 3기 임원 선거에 부위원장 후보에 등록했다.

 

12월 29일 열린 조사팀 1차 회의에서 한 여성위원이 ‘성희롱 사건으로 명단이 공개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조직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그리고 성희롱 혐의가 있는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나에게 직접 찾아와 선거출마포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공개사과 한 것으로 대신하고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1년 1월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나는 12명이 출마한 부위원장 후보 중 1등으로 당선했고 수석부위원장이 되었다.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노총이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이고 불평등한 성문화로 인해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를 1등으로 당선시킨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수석부위원장으로 3.8여성대회 등 여러 행사에서 공개적인 연설 등 활동을 했고 이것 역시 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단체나 여성동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아직까지도 그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당시 성폭력(희롱)의 경중을 떠나 성인지적 관점이나 성폭력(희롱)의 피해자중심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조사결과 조직적 징계나 권고조치가 없었으므로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민주노총 3기 부위원장 출마하였다. 그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부위원장에 출마했다.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자신에 철저하기 위해 과음과 강권하는 술자리 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술을 끊었다. 또 폭력적 남성성과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성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임원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공개적인 사과문이나 이후 개인적인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나 민주노총 여성조합원 그리고 패미니즘 여성단체에 그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성희롱을 한 지 15여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진정으로 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노동자   훌륭하십니다..동지의 진심이느껴집니다. 2009.04.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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