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노동을 하며 시를 쓰는 ‘임성용’의 시집이 최근에 나왔다(‘하늘 공장’ -‘삶이 보이는 창’에서 펴냄)
첫 시가 가슴을 콱 막히게 해서, 다른 분들께도 읽어 보시라고 여기 옮긴다.
발
그는 장화를 벗으려고 했다
비명소리보다 먼저 복숭아뼈가 신음을 토하고
으드득, 무릎뼈가 튀어 올랐다
부러진 홍두깨처럼 아무런 감각도 없는 발을
어떻게든 장화에서 꺼내려고
그는 안간힘을 썼다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발은 꿈쩍도 않고 대못처럼 박혀버렸다
숨을 아주 깊이 들어마시고
핏발 선 눈을 천천히 감고
털썩, 엎드려 가늘게 떨다가
그는 비로소 죽은 듯이 투항했다
그러자 너덜너덜 허벅지만 남기고
저 혼자서 룰러 밑으로 걸어가는 발
끝까지 그의 장화를 신고 가는 발!
** 인간이 ‘물질적 가치’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를, 착취와 소외가 어떤 것인지를
이것처럼 리얼리즘의 정신으로 ‘직시’해낸 시를 별로 본 적이 없다. ‘절창’이다. 아니, ‘절창’이란 표현도 남사스럽다.
** 그런데 가장 구체적인 현실을 리얼리즘으로 그려낸 이 시가 지금의 우리 ‘사회운동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지독한’ 은유로 읽히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