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를 발간하며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자본주의는 현재 미국발 대공황에 직면하여 그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기세 높던 반동적인 신자유주의공세는 급속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으며 대파국을 막기 위해 전세계자본가들과 정부들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공황은 눈사태처럼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한번 시작된 거품붕괴는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 위기 시에 언제나 그러했듯이 자본가들은 그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서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을 자행하고 있고 이것은 다시 공황을 더욱더 확대시키고 있다.
1920년대 후반,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공황으로 불리는 현 공황의 근본 원인은 다른 어떤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자체의 모순에 있다. 즉,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제는 착취를 강화하고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공급에 뒤쳐지게 함으로써, 또한 자본간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생산된 상품을 자본가들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어 과잉생산, 과잉자본 공황을 야기한다. 자본가들과 개량주의자들이 한사코 그 본질 인식을 회피하려 하지만 현 세계대공황은 가장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과잉생산, 과잉자본공황으로서 왜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노동하면 노동할수록, 생산하면 할수록 삶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고달프게 되는가를 대중적으로 폭로해 주고 있다.
그렇다. 문제는 끊임없이 노동자, 민중을 착취, 억압하고, 인류를 전쟁과 야만으로 몰고 가는 자본주의자체인 것이고 또 다시 사회주의냐 야만이냐,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가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할 때이다.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은 몇 년 전부터 자본주의적 모순이 심화되는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사회주의정당 건설을 당면과제로 설정하고 투쟁해왔다. 객관적 정세는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정당건설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주의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들이 획득한 소중한 교훈은 '현실사회주의'의 붕괴가 초래한 사회주의운동의 역사적 후퇴가 운동 곳곳에 조합주의와 경험주의를 만연시켰고 이것이 사회주의운동의 전진을 내부에서 심각하게 발목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주의운동의 전진을 진지하게 실천하고 있는 사회주의자들일수록 이를 심각하게 체득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자들은 사상이론, 실천 양면에서 동시에 한계를 돌파해내야 한다. 그리고 사상이론의 측면에서 가장 중심적인 과제는 건설될 당의 강령초안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당 건설을 위해서 당연히 요구될 뿐만 아니라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운동공동체가 사실상 붕괴된 현실에서, 또한 조합주의적, 경험주의적 관성이 팽배한 현실에서 강령초안논의는 당건설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강령초안논의를 활성화하는 방편으로 공동이론지를 제안해왔다. 그러나 사회주의정치조직들 사이에 공유가 부족하고 공동주체로 설 준비상태가 미흡하여 당장 공동이론지를 발간하는 것이 어렵게 되어 우리는 이를 잠시 유보하고 강령초안논의라는 단일 주제토론을 위한 매체인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를 발간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이 매체는 단일주제의 매체이고 이 주제의 토론과 함께 그 임무를 다하는 한시적 매체이다.
그러나 당건설의 사상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을 열려고 하는 점에서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는 공동이론지와 목표가 동일하다. 논의과정에 변혁적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최대한 조직하려고 하는 점, 강령초안논의를 사회주의적 정치실천 강화와 밀접히 결합시키려 하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을 열기 위해서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는 오프에서 월간으로 발간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병행, 웹진형태를 취하여 오프․온라인논의를 병행할 것이고 온라인 논의를 다음호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강령초안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는데 하나의 강령초안을 축으로 논의를 전개할 수도 복수의 강령초안을 갖고 논의를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다양한 의견을 드러내고 논의를 전개할 수 있게 편집위원회는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이번 창간준비호에서는 일단 해방연대(준)이 제출하는 강령초안을 게재하는데, 조직이나 개인이 책임성 있게, 논의에 부칠 만큼의 완성도가 구비된 다른 강령초안을 제출하면 편집위원회는 향후 본 호들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게재할 계획이다.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의 1차적 목적은 최대한 강령초안논의를 활성화하고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다. 강령초안의 최종적 결과물을 내는 것은 직접적인 목표가 아니다. 최종적인 강령초안의 채택은 사회주의적 정치실천이 강화되고 사회주의정당건설의 실질적 주체가 형성되어 당건설이 실제로 일정에 오르는 때에만 의미가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사상적, 이론적, 정치적 내용은 논쟁과정에서 그 뜻이 분명해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활발한 논쟁과정이 강령초안의 내용을 더욱더 예리한 투쟁의 무기로 만들고 사회주의자들과 변혁적 활동가들의 사상적, 이론적 수준을 높이는 데에서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오프․온라인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며 동시에 사회주의자들과 변혁적 활동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활발하게 의견을 제출하고 기고해주기를 바란다.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가 강령초안 논의의 활발하고 열띤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주의강령을 토론하자!」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