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교과서에 실린 현대차 파업의 진실
외국교과서에까지 현대차 파업이 실렸다. 조선일보 1월 14일자 홍콩 특파원 칼럼은 “국제 대학입학 자격 프로그램(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인 IB 과정의 선택과목 중 호주에서 출판된 2007년판 경영학(Business and Management) 교과서에는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등장한다는 점을 소개했다. 2006년에만 34일간의 파업으로 1조6443억원의 손실을 봤고, 20년간 352일을 파업해 107만대의 생산 차질과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광역시에서 현대차와 함께 강경 투쟁을 주도하던 쌍두마차 현대중공업은 1995년 이후에는 14년째 무분규를 이어가며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노조 설립 이래 22년 동안 2년만 빼고 20년간 파업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처럼 파업하지 않은 전 세계의 자동차 공장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그것도 한국의 자본언론이 항상 모범으로 얘기했던 도요타 자동차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 교과서 내용에는 현대자동차 파업 그 자체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님을 칼럼도 밝히고 있다. 외국교과서는 현대자동차 파업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파업의 원인을 얘기하려는 것이다. “경영진이 종업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동기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한국의 자본언론들은 본말을 전도하는데 선수다. 그렇다면 제목이 <현대차 파업은 경영진의 책임>이나 <기업주의 경영과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뽑아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교과서 역시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년간 352일 파업”했다고 한 것 역시 정확한 통계가 아니다. 시급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고 자동차는 일관된 생산라인에서 생산되므로 파업일수가 아니라 파업 시간이어야 한다. 하루 2시간, 4시간 부분파업 했다면 8시간 기준 파업일수는 전혀 달라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1조 6443억원의 손실”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측은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차질(생산대수)이나 매출액 손실을 통계상으로 누적해 발표한다. 그러나 매 파업이 끝나고 나면 노조는 내수시장의 수요나 수출물량을 메우기 위해 야근 특근 등을 통해 생산량을 보충해 왔다. 그래서 연간 생산목표달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또 평소에 공장 가동률이 100%가 아닌 이상 파업을 하더라도 연간 매출손실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
외국교과서에 실린 현대차 파업은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부각시켰고 파업 당시의 매출액 손실만 표시하였을 뿐 연간 목표 매출액에 미달함이 없었다는 점은 배제하고 있다. 지난 22년간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첫 해인 1998년을 제외하고 변함없이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해 온 점도 실리지 않았다. 자동차 생산대수와 매출액이 줄어드는 것은 현대자동차 파업이 아니고 자동차 과잉생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과 매출액이 줄어드는 이유는 자본주의 생산시스템 즉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 속성 때문이다. (200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