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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를 위한 변명
허영구
1062 1393  /  152
2009년 01월 14일 19시 21분 28초
 

미네르바를 위한 변명

- 가방 끈도 짧은 분이 왜 그런 아카데믹한 자들의 공간을 침입했소?


조선일보는1.14일자 “미네르바를 다시 생각해 본다”는 사설에서 미네르바라는 눈먼 동물은 태어나서는 안 될 인물이지만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 미네르바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원론’ 한권과 기타 잡지, 책, 인터넷 속 경제기사와 해설을 읽고 9개월 동안 280여 편의 글을 썼는데 그 글이 허점투성이의 논리, 말세론적 극단주의, 부정확한 경제지식과 경제 상식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글에 대해 좌파경제학자나 좌파언론인들이 열광했다는 것이다. 그럼 미네르바의 글에 열광한 수많은 누리꾼들도 모두 좌파란 말인가?


애초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주장한 대로 “IMF사태 때 친구 부모님이 자살을 해 친구와 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의 선제 방어적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자가 1년 남짓 동안에 그 동안의 글을 썼다면 많은 허점이 있었던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상의 익명성을 이용해 비이성적인  욕설이나 개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이 자신들만의 잣대나 논리로 ‘이성’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퍼부어대는 폭력과 억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책이나 반성 없이 미네르바에 대해서는 이토록 가혹하게 공격을 퍼부어대는 데는 이유가 있을 법하다.


1929년 미국에서 발생한 검은 금요일의 세계대공황도 그 전날 까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경제, 금융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는 호황을 유지하고 주식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폭락 정세는 계속되어 주식가치의 90%가 증발하고 10%만 남는 참혹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제, 금융전문가나 학자들도 구속되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지난 10여 년 전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당시 H증권의 이 모 회장은 필자와 함께 한 생방송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주식이 3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는 얼마 안 가서 업무상 배임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 가을 금융위기가 한국 금융시장을 초토화하고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가방 끈이 길고 유명한 대학의 어떤 유능한 경제학박사의 자문을 받았는지 몰라도 3000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토막도 더 몰락한  펀드지만 자기라면 펀드를 사겠다고 공언했다.


이명박 정권까지 탄생시킨 세력의 자문을 맡은 경제학 박사만 합쳐도 수 십 수백 개가 되는 부르주아경제학자들이 내세운 MB노믹스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 드러났다. ‘747’은 말할 것도 없고 코스피지수 ‘3000’이나 펀드구입이라는 대통령의 발언 역시 그런 잘 난 경제학자들의 자문을 받았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세계경제상황의 변화 때문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경제이론이 국내경제, 세계경제 이론으로 구분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업전문대를 나 온 비경제전문가가 독학으로 현실의 경제정세를 분석하는 데 많은 한계와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자본언론이나 경제학자들은 그가 가방 끈이 짧고 무식한 사람이라며 조롱하며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끄집어내어 난도질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네르바가 미국에 유학하여 경제나 경영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증권회사에서 근무한 경력 있는 전문가로 보도되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아마 정부는 그를 대통령 경제정책자문위원이나 나아가 경제관련 공직에 임명하려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공업전문대밖에 나오지 않은 30대 초반의 백수라니! 이 때부터 언론의 논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엄청난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대기 시작했다. 무식한 자가 유식한 행세를 하다니? 가방 끈 짧은 자가 공장이나 다니고 허드렛일이나 할 일이지 고상하게 경제.경영학자들이 노는 곳에 들어와서 물을 흐리다니! 그 때부터 자본언론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래서 법률적 판단과 무관하게 여론에 민감한 한국검찰이 온갖 핑계를 들이대면서 그를 구속시켰다. 가방 끈도 짧은 자가 유식하면 유죄(‘가짧유유’)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고상하고 유식한 자들이 모여 항상 아름다움이나 논하는 아카데믹한 공간에 무식한 자가 침입했으니 이는 엄청난 죄다. 백로가 노니는 것에 왠 까마귀냐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예측도 대응도 못하고 쥐구멍에 숨어 있던 소위 말하는 학자, 교수, 전문가들이 출현하여 미네르바를 죽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데  네가 뭔 데 아는 체 하느냐며 글 중에서 틀리는 부문을 들추어내면서 요리를 하고 있다. 그런 식이라면 미네르바를 비판한 학자들의 경제, 경영학 박사학위 논문이나 그 이후 논문들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리면 난도질당하지 않을 논문이 어디에 있겠는가? 9개월에 280편, 검찰 조사 결과 다른 이름으로 100여 편까지 합친다면 그가 짧은 기간에 올린 글은 엄청난 양이다. 정말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바쳐 글을 썼다. 물론 비전문가이자 아마추어의 글에 대해 지적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유명한 대학졸업증이나 학위증명서 하나로 공부는 안하고 평생 권력이나 기웃거리는 비겁하고 나약한 지식인들이 미네르바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진정한 학자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가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한국경제가 이 모양인데 왜 시원한 해결책을 내지 못하는지부터 자책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에 조언한 경제.경영학자들은 제발 입을 다물어야 한다. 미네르바의 칼럼이 구속 사유가 된다면 이명박정권에 경제정책을 자문한 경제학자들부터 구속 수사해야 한다. 지난 반년 동안 수 백편의 글이 인터넷 공간에서 논란이 되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상황에 이를 정도로 한국경제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교과서에 있는 ‘하나마나한’ 얘기나 반복하면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누려온 자들이여, 먼저 자신부터 반성하라! 지금 이 땅에서 학자인양 하는 자 누가 미네르바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검찰 역시 권력과 시류에 아부하는 정치검찰의 딱지를 떼려면 미네르바에 대한 기소를 즉각 취하해야 한다. 이명박정권도 인터넷상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09.1.14, 오마이뉴스 게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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