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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람다운 삶의 기대
허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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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09일 11시 40분 45초

 

 

 

여전히 사람다운 삶의 기대


                        

지난 한 해 한국은 온 통 돈 있는 자들이 벌인 난장판이었다. 잠깐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노래를 불렀지만 돈으로 쌓은 명박산성은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해 굳건히 지켜졌다. 여기에 계란을 던졌던 사람들은 바위를 더럽힌 죄로 감옥에 갇혔다.  세상에서 온전히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매우 굴욕적이거나 아니면 처절하게 살아갈 뿐이다. 지난 반세기 오직 물질적 성장이라는 욕망의 기관차를 타고 달려 온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설령 깨달았어도 그 기차에서 뛰어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명박을 욕하면서 한편으로 자신도 이명박을 닮아있다는 섬뜩함을 본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이후 10년, 아무런 교훈도 없이 다시 금융, 경제위기를 맞았다. 자본주의체제에 내재한 위기임을 눈감은 사람들은 그저 반복되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이면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몇 ‘등’ 하는지 온통 ‘평등’을 말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불평등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이 선두그룹에 속한다. 불평등한 세계화와 선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간혹 군사독재 같은 미개한 정치체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부분 자본독재가 자리 잡았다. 화석연료를 기초로 한 자본주의성장은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이라는 공룡을 출현시켰다. 이들은 매우 잡식성이며 난폭하다.


2008년 한 해 ‘747’공약은 사라지고 대신 물질적, 정신적 공황만 남았다. 내년 ‘녹색성장’목표 3% 역시 정치공학적 수사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미 97%가 끝난 4대강 정비사업 재탕이 대운하 속임수이듯이 ‘녹색’ 역시 거짓 수사일 뿐이다. 임금과 고용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넘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green job)를 기대하는 것은 한낱 희망사항이다. 여전히 토건국가, 토목공사의 국정철학에 머물러 있는 위정자들에게는 매우 관념론으로 들릴 뿐이다. 자본주의 역사 400년, 공황 역사 200년에 걸쳐 경제위기에 단행했던 국가의 역할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정부에 대해 사람들은 이제 투쟁하는 것조차 포기하고 싶은 상태다.


강남 부자들의 아파트 값 반 토막에도 수십, 수억 원이 남는 법이지만 점심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급식이 끊기는 방학보다 두려울 리 없다. 나라 곳간을 헐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빈곤한 사람들을 도와야 할 때에 벌써 2~3년이 지난 종부세를 부자들에게 돌려주는 나라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발견할 수 없다. 가진 자들의 금고에는 돈이 넘쳐나는데 돈이 안 돌아 경제가 어려운 세상에서 가난한 자들이 느끼는 공포는 대단하다. 가난과 실업이 넘쳐난다고 바로 혁명이 도래하는 것은 아니다. 지배세력이 조성한 공포심은 분노한 민중들을 집단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 멸시하고 개별화시킨다.


먹구름이 낀 우울한 시대에도 결국 사람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역사발전을 통해 면면히 이어 온 사람다운 삶을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 전태일 정신만 있다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엔진을 힘차게 돌릴 수 있다. 개인주의적인 물욕에서 벗어나 공동체사회를 건설할 의지만 있다면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 희망을 꿈 꿀 만 하다. 그 기대 하나로 우리는 다시 사람을 만나고 조직하고 어깨 걸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전태일 기념사업회, 「사람세상」통권 119호, 2009.1~2, ‘여는 글’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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