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투쟁, 허망한 법, 허망한 해설, 그리고 우리 미래
- 복수노조 문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노조법 개정을 바라보며 -
박 훈 (변호사)
1.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허망한 투쟁)
1996. 12.말부터 1997. 1.말 사이의 총파업 투쟁을 기억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개악된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맞서 유례없는 총파업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그런데 조삼모사라 하였던가. 그 총파업으로 날치기된 노동법은 폐지되었으나 폐지된 날인 1997. 3. 13. 몇 글자 수정되지도 않는 노동법이 원안대로 다시 입법화 되었다.현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조법”)은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노조법은 기존에 존재하였던 노동조합법과 쟁의조정법을 합쳐놓은 법이었다. 이 때 법 제24조 제2항은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을, 법 제81조 제4호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였고, 법 제90조는 제81조 제4호를 위반하여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2천 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리고 법 제5조는 노동조합의 설립 자유를 천명함으로써 복수노조 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였으나 부칙 제5조에 2001. 12. 31.까지는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하고 노동부장관에게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강구할 것을 규정하게 되었다. 물론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도 2001. 12. 31.까지 유예하도록 하였다.
원래 노조 전임자의 급여 금지 규정은 김영삼 정권의 말기인 1996. 5.에 발족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노사관계개혁의 일환으로 노동관계법 개정방안을 논의할 때 경총이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를 입법화 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이고 이것이 그대로 곧바로 입법화되면서 1996. 12.부터 다음 해 1.까지 사상초유의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규정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과 복수 노조 설립의 자유문제는 어찌된 일인지 항상 같이 움직였고 노조법 개정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즉 2001. 12.에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과 복수노조 금지 규정은 2006. 12. 31.까지 5년 유예하는 것으로 하였고, 다시 2006. 12.에는 2009. 12. 31.까지 3년 유예하는 것으로 개정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주도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다.(이하 “노사정 위원회”) 노사정위원회는 김대중 정권의 핵심적인 노사문제 처리 기구였다. 노사정위원회는 1998. 1. 처음에는 법률적 근거 없이 임의적 기구로 출범하여 초대 위원장을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던 한광옥이 맡아 1998. 2.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이끌어 낸다. 이후 노사정 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식으로 취임하자 1998. 3. 대통령령으로 노사정위원회 규정을 공포하고 1999. 5.에는 정식으로 노사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대통령의 직속기관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노동관계법의 중요 의제를 “협의”하는 기구가 되었다.
민주노총은 김대중 정권 초기에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를 하였으나 이후 얼마가지 않아 탈퇴를 하였고 계속적으로 노사정위원회에 공식적으로는 참석을 하지 않다가 2004.부터는 노사정위원회 하위 기구인 노사관계선진화 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를 하였으나 2006. 9.부터 참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자측의 입장(?)은 한국노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2001년과 2006년의 유예 합의는 한국노총 주도하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특히 2006. 9. 11.에는 한국노총과 노무현 정부, 경총이 전격적으로 합의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민주노총이 얼마간의 총파업을 하였으나 입법 자체를 막지 못하였다. 2004년 민주노총은 파행적인 격론을 벌인 끝에 노사정위원회 하위 기구인 노사관계선진화 위원회에 참여를 하다 노조법 개정 문제가 여의치 않자 2006. 9. 탈퇴를 하고 2006. 9. 11. 한국노총, 노무현 정부, 경총이 전격적으로 노조법에 타협을 하면서 다시 이 문제를 2009. 12. 31.까지 유예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은 사실이 있다. 2006. 개정 당시에는 그나마 민주노총 파업 등이 존재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2009년 사정은 전혀 달랐다. 아무런 소란도 논의도 없는 아주 이상한 평온 상태가 계속되었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겠지. 그런데 한국노총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2009. 10. 8. 한국노총이 노조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면서 제안한 것이 노사정위원회에 6자 회의를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무슨 위원회도 아니도 6자 회의였다. 이런 제안을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인다. 그리고 민주노총도 논란 끝에 참여를 결정하게 되면서 10. 29. 첫 회의가 열리게 되는데 11. 25.까지 협의 시한을 못 박고 들어간다. 6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임태희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대모 노사정위원장이었다. 협상 시한으로 못을 박은 11. 25.까지 논의 진전이 없자 다음 날인 26.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자 회견을 열고 각각 투쟁 계획을 발표한다. 민주노총은 당시 “12. 8. 지도부 여의도 농성, 12. 16. 1박2일의 1만 간부 여의도 천막 농성, 18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것 이외 총파업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노총은 민주노총보다 훨씬 수위 높은 투쟁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진행한다. 한국노총은 기자 회견 당일 날인 26.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미 한국노총은 11. 16.부터 전 조합원들을 상대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11. 25.까지 600여개 단위 노동조합이 총파업 투표를 완료하여 86%의 높은 찬성률을 나타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11. 27. 한나라당 중앙 당사를 점거한다. 11. 28.에는 16개 각 시도별 지역본부에서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하고는 각 지역의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한다. 그러나 2009. 11. 30.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노조 전임자 급여를 조합이 스스로 부담하도록 조합 재정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면서 “전임자 수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고 전임자들이 노사상생을 촉진하는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이에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는 “한국노총의 이번 입장선회는 양노총의 공조를 불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위.”라며 한국노총을 비난을 하였을 뿐 투쟁계획을 수정한다거나 하는 행위는 전혀 없었다.
2009. 12. 4. 한국노총과 이명박 정부, 경총, 그리고 한나라당은 노조법에 개정에 대해 일사천리로 합의를 한다. 이 합의가 현재 개정된 노조법의 모태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즉각 시행, 복수노조 설립 유예 2년6개월!!! 그리민주노총은 11. 26.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투쟁을 진행한다. 12. 16. 1박2일 1만 간부 여의도 천막 농성. 그날은 그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이것이 투쟁 전부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12. 4. 야합의 결과물이 심의 안건으로 올라오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추미애의 원맨쇼가 시작된다. 추미애가 8자 회의를 주장하면서 합의해 올 것을 요구하고 자신이 직접 안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12. 30. 추미애는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한나라당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법안 심의를 통과 시켜 국회 법사위원회로 넘긴다. 이 날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 총파업 하는 것이 맞지만 80만 조합원 전체가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이명박이 파 놓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완벽한 총파업을 위해 2010. 3. 31.부터 4. 15. 사이에 80만 총파업을 선언한다.”
민주당은 같은 당 소속인 추미애의 배신행위에 치를(?)떨면서 법사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인 것을 기화로 법사위원회에서 노조법 법안 심사를 거부한다. 그리고 2010. 1. 1. 01:08. 24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겠다고 선언한 국회의장 김형오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 상정한다. 이날 국회 회의록을 보면 진보신당의 조승수, 민주당 김상희,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이정희 의원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와 울부짖는다. 조승수 의원은 “노사관계의 바늘을 87년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독재적 발상”이라 하고, 권영길 의원은 “여러분, 똑똑히 기억해 주십시오. 2010년 1월 1일 이 시간을 기억해 주십시오. 누가 다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지를, 누가 찬성표를 던져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민 여러분 단잠에서 깨어나 국회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봐 주십시오, 한나라당 의원들 당신들은 청와대 용역깡패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 배지 떼라.”고 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회의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표결이 이루어지고 이 법안은 재석의원 175명 중, 찬성 173, 반대 1 (무소속 정동영이다.), 기권 1. (한나라당 최연희이다. 손가락이 아팠던 모양이다. 버튼 누를 힘이 없었던지)로 가결된다. 그리고 2010. 1. 1. 오전 이명박은 이 법안 시행에 사인을 하고 노조법을 곧바로 이 날짜로 시행하도록 하였다. 정말 총알 같은 처리였다. 새해 벽두에 쉬지 않고 일하는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010. 1. 11. 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 정부안을 공고하였고 고 이 공고된 내용 거의 그대로 2010. 2. 12.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그날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허망한 투쟁이었다. 투쟁이라 할 것도 없었다.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인도적으로 물을 가지고 가는 것조차 경찰이 막는다면.... 경찰은 나쁜 놈들입니다.” 하는 명언만이 생각날 뿐이다.
2. 법 내용은 무엇인가. (허망한 법, 허망한 해설)
내가 보기에 개악된 법 내용은 아주 잘된 법이다. 해석의 여지를 별로 남겨두지 않는 아주 보기 드문 명확한 법 내용이기 때문이다. 시행령은 더욱이나 그렇다. 매우 치밀하게 짜여 있다. 많은 준비를 한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규정과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어 생략을 하고 개악된 내용이 무엇인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별로 하지 싶지 않다.
(1)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이와 관련된 개정 조문은 단 3개 조문이고 시행령은 단 5개 조문이다. (부칙은 제외한다.) 법 제24조, 법 제24조의 2, 법 제92조, 시행령 제11조의 2부터 제11조의6까지이다. 그러나 항상 부칙을 잘 봐야 한다. 법의 묘미가 부칙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시행시기부터 살펴보자. 법 부칙 제1조는 2010. 1. 1.부터 시행한다고 해 놓고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서 그 시행시기를 2010. 7. 1.부터 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영향은 2010. 7. 1.부터 발생하도록 하였다.(부칙 제8조도 재삼 확인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서비스를 한 것이 있다. 부칙 제3조는 2010. 1. 1. 이전에 체결된 즉 2009. 12. 31.까지 체결된 단체협약에 노조 전임자에 대해 사용자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해당 단체협약의 체결 당시 유효기간까지”는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하여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 그 기간만큼을 연장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2009. 12. 31.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하였다면 (현행 노조법 상 단체협약은 2년을 넘을 수 없다.) 2년 간은 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체협약 체결을 많은 사업장들이 미루고 단체협약 해지가 봇물 터지듯이 한 모양이다. 사용자들이 이런 꼼수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한 것인가? 설마. 여하튼 단체협약이 2010. 7. 1. 이후에 효력이 끝나는 사업장에서는 그 만큼 시간을 벌고 있다. 초침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재깍재깍.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10. 6. 30.까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단체협약의 효력 기간만큼 연장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롭게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 기간만큼 (그래봤자 길어야 2년이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라는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인데 부칙 제3조의 해석상 법률상으로는 무리한 주장이다. 부칙 제3조는 명백하게 “이 법 시행일 당시 유효한 단체협약”이라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내가 보기에 아주 치사한 짓이다. 악법 폐기를 외치기보다 악법 내용에 기대어 그 허점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지수도 아주 잘못 찾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첫 번째 관문, 전임자는 있다.(법 제24조 제1항) 물론 전임자가 임금을 지급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제쳐두고 전임자를 둘 것인지 말 것인지 가지고 치열하게 싸움을 하여야 한다. 이것까지는 그 동안 익숙한 것이니 더 말 안 해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것은 오산이다. 이 법체계에서는 전임자 운영하기가 만만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 운영의 상상 모습은 논의 편의를 위해 뒤에 서술하겠다.
두 번째 관문, 전임 시간에 임금을 받을 것인가. 주지 말 것인가. 주지 않는다. 이 법의 강경한 입장이다. (법 제24조 제2항). 착각 하지 마시라. 일부라도 주는 것처럼 이 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꿈깨기 바란다. 이 법은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일부라도 받기 위한 파업을 하게 되면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제24조 제5항, 법 제92조 제1호) 물론 불법 파업으로 인한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는 별도이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훨씬 세다. 내가 단언하건데 다른 교섭은 모두 타결되었는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가 남아 이를 관철할 목적으로 파업을 지속한 경우 아주 엄한 형벌을 받을 각오를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작심하고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자본가들이 있다면 (아주 많다.) 다른 내용은 다 들어주고 노조 전임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양보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 지도부들을 감옥에 처넣을 생각만을 할 것이다. 검찰은 이때다 싶어 길길이 날뛸 것이고 법원은 엄하게 처벌할 것이 눈에 뻔하게 보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악된 노조법은 전임비를 안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세 번째 관문, 예외적으로 일부를 준다.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말이다.(법 제24조 제4항) 단체협약과 사용자 동의는 같은 말이다. 사용자가 동의해야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노동조합이 있어야 전임자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바와 같이 이러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파업을 하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다른 쟁점에 묻혀서 같이 타결되거나 아니면 파업 없이 전임비 일부를 건져야 한다.(이것이 가능할까.) 여하튼 이것은 그 나마 한국노총의 가장 큰 공이다. 원래는 전부 주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쟁의 패배가 뻔한 상황이니 노동조합 스스로 전임비를 마련하고 기개 있게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을 하자고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더러운 조문이다. 물론 요구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노조 전임비를 치열한 투쟁의 성과물로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다른 각도에서 아주 더러운 조문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험한 과정을 거쳐 노조 전임비 일부라도 건지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자. 그러나 큰 산이 하나 남아 있다. 단체협약으로 전임 시간 한도를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에는 오로지 “노조 전임자에게 전임 기간 중 임금 일부를 보전한다.” 정도의 취지만을 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다른 것은 일체 정할 수가 없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단체협약이 아니라 노동부 산하 “근로시간 면제심의 위원회”에서 총 한도를 정하기 때문이다. 총 한도를 정한다.!!! 이것이 여기서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자본가는 이미 노조 전임자가 아무리 날뛰어도 총 한도 시간 내에 지불할 임금만 주면 그만이다.
네 번째 관문, 면제심의위원회가 3년마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의결하고 노동부가 이를 고시한다. (법 제24조의2 제2항). 최초의 의결은 반드시 2010. 4. 30.까지 의결하여야 하지만 면제심의위원회에서 의결이 안되면 공익위원만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법 부칙 제2조)) 그래서 2010. 5. 중순경이면 면제한도가 고시될 것이다. (원래 시행령 공고안에서는 2010. 5. 30.경까지는 반드시 의결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삭제를 하였다.) 면제심의 위원회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추천하는 각 5명, 정부 추천 공익위원 5명 총 15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공익위원 중에서 선출하며, 3년 마다 회의를 연다. 과반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따라서 8명이면 모든 것을 의결할 수가 있어 공익위원, 사용자위원이 찬성하면 그만이다. (법 제24조의 2) 참고로 최저임금심의 위원회는 1년 마다 회의를 연다. 위원은 노동부 장관이 위촉하고 공익위원은 교수, 연구원으로 5년 이상 경력이 있거나 3급 이상 공무원 경력이 있거나 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 제11조의 3, 제11조의4) 위원의 임기는 2년이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 위촉이 없으면 영원히 할 수가 있다.(시행령 제11조의 6) 심의 요청은 노동부장관이 하고 위원회는 5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시행령 제11조의 7)
면제시간 한도는 기업별로 정한다. 개별 기업별로 정한다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 수를 고려하고, 사용자와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 안전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 (이하 “인정업무”라 한다.) 범위 내에서 총 시간 한도를 정한다. (법 제24조 제4항. 시행령 제11조의2) 그런데 시행령은 이에 덧붙여 면제심의 위원회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정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시간단위”로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단위 시간인지, 주단위 시간인지, 월 단위시간인지, 연간 단위 시간인지를 정하고 있지는 않다.(시행령 제11조의2). 따라서 만약 시행령이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한다면 총 시간 한도뿐만 아니라 시간 전임자 인원도 정할 것이다. 그 모습은 조합원 50명 이하 사업장, 50명부터 100명 사이, 100명부터 300명 사이, 500명부터 1,000명 사이 등등 으로 구분한 다음 조합원 50명 이하 사업장은 월 10시간 한도, 사용인원 1명 등등 이런 식으로 정한 다음 서비스로 월 10시간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적치 사용을 인정한다는 정도로 고시될 것이 뻔하다.
이런 면제심의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여야 할까. 참 어려운 문제다. 항상 이런 문제로 속앓이 하여 왔다. 투쟁으로 돌파하면 그만이지만 투쟁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이런 속앓이가 생기는 것이다. 등에 칼이 10㎝ 꽂이는 것 보다 5㎝ 꽂이는 것이 더 나으니 5㎝만 꽂아 달라고 빌러 들어가야 할까. 참으로 개 같은 상황을 또 맞이한다. 민주노총은 2010. 3. 3.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심의위원회 참가를 결정하고 다음 날인 4. 참가를 공식화 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반발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뭐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자 이제 상상해 보자. 힘들여서 전임자를 따냈다. (여기까지만 이루지는 단체협약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우여 곡절 끝에 전임자에 대해 일부 인정 업무를 받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보자. (이 경우 시간 인정업무만을 하겠다는 전임자가 있는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전임이 아니다. 시간 전임자에 불과하다.) 그 단체협약에 전임자는 본래의 전임 말고도 단체교섭을 위한 임시 전임, 노동안전 보건을 위한 임시 전임 등등을 인정하여 본래 전임 3명 임시 전임 5명까지 인정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보자. 조합원 수가 500명이라고 하자. 면제심의위원회가 총 시간한도를 조합원 500명 이하 사업장에 대해 월500시간, 사용인원 5명으로 한다고 정했다고 보자. 귀하의 노동조합에서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아주 공학적 사고가 탁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간 관리를 전담하면서 전임자 운영시간을 체크하고 이를 공지하는 전임자가 따로 있어야 할 정도이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어용 노조 사업장에서 전임자 1명이 모든 시간을 쓰거나 사용자의 묵시적 동의하에 노무협력 부서 역할을 전제로 ‘뒷구멍 전임자’가 있을 것으로 능히! 예상됨으로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산수를 잘 못하고 시간관념이 별로 없는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나오지 않고 노동조합 전임자들은 단체교섭 석상에서 4시간을 사용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하자. 종전 단체협약 체계에서는 교섭 임시전임인 경우 (시간 전임 상정) 사용자는 위 4시간 분을 교섭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임금을 주지 않아 다툼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사용자들이 거꾸로 그 시간도 교섭시간이었다고 하면서 그 시간분의 임금을 주고 면제시간을 소진시키려 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총 연간 면제시간이 정해져 있는 관계로 그 시간만큼의 임금 총액을 지불하면 그만이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으로 그 시간을 빨리 소진시켜 교섭이 교착상태로 가도록 한 다음 무노동 무임금 상황을 유발하여 교섭을 압박할 것이 뻔하다. 파업 준비 기간 즉 쟁의행위 찬반투표 진행, 조정신청, 조정회의 시간 뭐 이런 것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면제 시간을 빨리 소진시키면 그만인 사용자 입장에서는 면제 시간을 파업 준비 시간을 포함하여 임금을 준다고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치졸 그 자체, 시비 그 자체를 걸면서 사사 건건 노동조합과 대립을 하려는 사용자들은 문제 삼겠지만 그런 사용자라면 애초부터 전임비 일부 지급에도 동의하지 않아 그런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해설하다 보니 짜증이 팍 솟아올라 온다. 그만하겠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상상해 보시라.
(2). 복수노조와 교섭 창구 단일화.
사실 난 시행령이 나오지 전에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이 훨씬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시행령을 보는 순간 아주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와 관련하여 진행된 내용은 주되게 과반수 노동조합에 교섭 대표권을 주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시행령은 이러한 논의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면서 황당무계할 정도의 내용을 담아 내고 있었다. 이것은 복수 노조를 이용해 자본이 완전히 장난을 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하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완전하게 죽이겠다고 덤벼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조문 수는 전임자에 비해 엄청 많다. 법 조문은 9개 (제29조 제2항, 제29조의2부터 제29조의5까지, 제41조 제1항, 제42조의6 제2항, 제81조 제2호, 제89조 제2호) 시행령은 11개 (시행령14조의2부터 제14조12까지)에 이르고 있다. (부칙 조항 제외) 그러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확고하게 정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해설할 것도 없다. 조문만 나열하면 그만일 정도이다. 아닐 수도 있겠다. 삼국지를 보면서 꼼수 짜는 것을 배운 어떤 활동가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장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 그런 것을 재미로 여기지 않는 단순한 나에게는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노조법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령으로 이중, 삼중, 사중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조합원과 조합비를 내지 않는 조합원을 명문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 이것은 매우 치밀한 전략이다. 뒤에서 보겠다.
복수노조 허용시기는 2011. 7. 1.부터다.(부칙 제1조, 제7조) 한국노총이 2년6개월 유예 주장한 것을 수정한 것이다. 따라서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문제도 2011. 7. 1.부터 시행하게 된다. 유니온 샵 규정에 따라 노동조합에서 탈퇴한 조합원들을 해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법 제81조 제2호) 2011. 7. 1.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
그런데 이상한 부칙 조항이 하나 있다. 부칙 제6조는 “2009년 12월 31.까지 현재의 사업장 또는 사업장에 조직형태를 불문하고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 있는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조항을 2012. 7. 1.부터 적용한다고 하여 이러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적용을 1년 더 유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와 소통 15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기존의 노조법 체제하에서도 대법원은 초기업별 노동조합과 기업별 노동조합, 초기업별 노동조합과 초기업별 노동조합이 한 사업장에 복수로 있는 경우 복수노조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 있는 사업장이 있고 이들은 각각 단체교섭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비스를 한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노동부는 이러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받아 주지 않았고 사용자들에게 복수 노조임으로 교섭하지 말라고 하였다. 따라서 한 사업장에 어떤 형태로든 복수 노조가 있는 경우는 모두 법원의 지난한 판결을 통해서만 노동조합 인정과 교섭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이점에 대해 혹자는 대법원도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각각의 단체교섭을 인정하였는데 왜 법으로 교섭 창구 단일화를 강행하나고 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들어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법원이 진보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법 규정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현행법이 시행될 경우 그런 판단을 할까. 헌법재판소가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할까. 웃기는 소리 하지 마시라. 복수노조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합헌이라고 한 작자들이 그들이다. 가장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를 금지하는 복수노조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합헌이라고 한 작자들이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 규정을 위헌이라 할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시라.
또 다른 착각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위 조항 즉 2006. 12. 31. 이전에 한 사업장에 복수 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2012. 7. 1.까지 유예한 것을 가지고 현재 산별 노조의 중앙 교섭, 지부교섭을 그때까지는 인정한 것이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종전 법에서도 산별 교섭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해석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 조항은 이미 복수노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복수 노조가 없는 산별 노조에는 적용도 없다. 종전 법은 교섭 구조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어 노동 쪽에서 산별 교섭을 법적으로 강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오로지 중앙교섭, 지부교섭은 현실 투쟁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것이지 법으로 보장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행법은 이런 현실 가능한 것조차 거꾸로 봉쇄하여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법 제29조의2 제1항은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노동조합 2개 이상인 경우 교섭 대표 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법 제29조의3 제1항은 “교섭 대표를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명확히 못박고 있다. 더 나아가 법 제41조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그 절차에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라고 하여 기업별 교섭을 하라고 쐐기를 박고 있다. 따라서 교섭 구조는 기업별이다. 1사, 1교섭, 1단체협약 구조가 철저하게 관철되고 있다. 산별노조와 기업별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도 그 기업에 속해 있는 조합원만이 기준이다. 복수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현재의 산별 교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앙교섭은 이제 법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게 된다. 중앙교섭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본가는 기업별 복수노조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교섭 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것이다. 산별 중앙교섭, 지부교섭은 파탄이다. 설사 복수 노조가 없어 산별 교섭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전임자 문제가 발생한다. 산별 교섭을 노동조합 교섭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가 있지만 영특한 사용자는 기업별 교섭에 중점을 두고 별 영양가도 없는 산별 교섭 시간을 인정 업무로 하여 임금을 지급하고는 사업장 단위 교섭에서 무임금 시간을 늘려 교섭을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살펴보자. 먼저 창구 단일화의 모든 기준이 되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이하 “참여 노동조합”) 이라는 의미를 명백하게 하게 하자. 참여 노동조합은 교섭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말한다. 교섭을 요구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그 어떤 모든 절차 및 단체협약 적용에서 배제된다. 참여 노동조합을 확정하는 순서는 이렇다. ①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전 3개월 전부터 교섭을 요구할 수가 있다. (사용자는 단체교섭을 요구하지 못한다.)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조합원 수 등 노동부령으로 정한 사항 (노동부령은 아직 입법 공고되지 않았다.)을 서면으로 사용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2) ② 사용자는 교섭 요구를 받은 다음날부터 7일간 교섭 요구 사실 등을 공고하고 이 교섭 공고 기간까지 다른 노동조합이 교섭 요구를 하지 않으면 그때까지 교섭 요구한 노동조합들만이 ‘참여 노동조합’으로 확정된다. 공고기간 내에 교섭을 요구하게 되면 5일간 그런 사실을 공고하고 다른 노동조합이 이의 사항이 없으면 이때까지 교섭 요구한 노동조합들을 포함하여 ‘참여 노동조합’이 확정된다. 다른 노동조합이 뒤 늦게 참가한 노동조합에 대해 이의를 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노동위원회가 결정한다.(시행령 제14조의4, 제14조의5)
그런데 시행령은 무노조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신설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법 제29조의2 제1항은 신설되는 노동조합이 복수 노조인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고 있지만 시행령은 이렇듯 단체협약이 체결된 사업장의 복수 노조만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뭐 이상하지 않는가. 빼먹었나. 아니면 무노조 삼성을 도와주려고 일부러 그런 것인가. 하여간 엄격하게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신설노조가 복수 노조인 경우 먼저 만들어진 노조가 교섭 요구하고 회사가 7일간 이를 공고 이 기간 동안에 다른 신설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교섭 참여를 요구하고 처음 만들어진 노조가 뒤의 노조를 가짜 노조다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한다. 그리고 노동위원회는 이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참여 노동조합’이 확정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다. 순서대로 살펴보자. ①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정하되 ‘참여 노동조합’이 확정된 날로부터 14일 이내로 정해야 한다. (법 제29조의2 제2항, 시행령 제14조의6)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정해지면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이 연서명하여 사용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통지되는 순간 탈퇴해도 효력이 없다. (시행령 제14조의 6) ② 자율적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참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대표자가 된다. ‘참여 노동조합’ 내부에서 2개 이상 노동조합이 연합하여 과반수가 된 것까지도 포함한다. (법 제29조의2 제3항)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아니다. 오로지 참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로만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전체 노동자가 100명인 사업장에서 A노조 23명, B노조 20명, C노조 8명, D노조 3명, E노조 50명의 조합원이 있고 이 ABCD 4개 노동조합만이 교섭 요구를 하였다면 참여 노동조합은 이 4개 노동조합만이 되고 총 조합원 수는 54명이 된다. 과반수는 28명이 된다. 따라서 AB, AC, BC가 연합하여야만 이들이 교섭대표가 된다. 결국 캐스팅 보드는 C노조가 갖게 된다. 교섭 대표 노동조합이 정해지면 이를 역시 사용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사용자는 이를 5일 동안 공고해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7) 자. 여기서 희한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5개 노조 전부가 교섭 요구를 하였다고 보자. 그러면 총 조합원 수는 전체 노동자 100명보다 더 많은 104명이 된다. 이것이 가능하냐고. 현행 시행령이 효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 따라서 이제 과반수가 되는 (53명이다.) 연합의 수는 ED, EA, EB, EC, ABCD 연합하는 것이다. 이제 캐스팅 보드는 C와 D노조가 갖게 된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삼성에 노조가 생긴다고? 그러면 그 노조는 식물노조가 되거나 훨씬 다양한 어용 노조들 중 누굴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를 가지고 허구한 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은 위에서 본바와 같이 노동자의 이중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조합비를 내지 않는 조합원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연합을 하였든 단독으로 하였든 ‘참여 노동조합’의 과반수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자기들이 과반수 노동조합이라 주장을 하면서 사용자에 통지를 하고 여기에 다른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동조합이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또 노동위원회에 이의 제기를 하면 노동위원회가 나서서 조합원 수를 조사하게 된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3항부터 제8항까지) 이때 다른 노동조합에 이중, 삼중, 사중으로 가입한 조합원을 조사하고 조합비 납부를 기준으로 1개 노동조합에만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은 조합비를 납부하는 노동조합원 수에만 가산을 하고 다른 노동조합의 조합원수에서도 빼지 않는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제1호)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3개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고 1개 노동조합에만 조합비를 내는 경우 1개 노동조합의 조합원수 에 더해주어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1명이 증가하고 다른 노동조합의 조합원 인원은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다. 이것까지는 그 나마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2개 이상 노동조합에 조합비를 내거나 아무데도 조합비를 내지 않는 조합원이 있는 경우 그 조합원은 가입한 노동조합의 역수(逆數) 만큼의 비율로 가입한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산된다. (시행령 제14조의7 제6항 제2호, 제3호) 예를들어 어떤 사람이 2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아무데도 조합비를 내지 않으면 각각 노동조합에 0.5명으로 가산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하다 못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이중 가입 조합원과 조합비를 내지 않는 조합원을 인정하자고 하는 것은 자본가에게 복수 노조를 이용하여 지들 맘대로 교섭 대표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아주 치밀한 이중 삼중의 장치인 것이다. ③ 이렇게 해도 교섭 대표 노동조합이 정해지지 않으면 이제 공동 교섭대표단을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참여 노동조합’의 총 조합원 수 기준으로 10%가 되지 않는 노동조합은 공동교섭대표단에 들어 올 수가 없다. (법 제29조의2 제4항) 그래서 위에서 본 5개 노동조합이 ‘참여 노동조합’인 경우 D노조는 물론이고 C노조도 들어오지 못한다. 결국 최소한 10%는 조직해야 공동 교섭대표단의 말석이라도 차지하게 된다. 공동교섭대표단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어떤 노동조합에 몇 명씩 배정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하면 또 노동위원회에 가야 한다. (법 제29조의2 제5항) 맨날 노동위원회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 노동위원회는 조합원 수를 확인하여 조합원 수 비율로 교섭 인원을 배정하되 전체 조합원 수가 몇 명이든 상관하지 않고 10명 이내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 제14조의9) 역시 쪽수가 문제가 됨으로 또 시끄러우면 노동위원회가 조사해서 알아서 결정한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 교섭대표가 정해지면 2년 동안 교섭 대표 지위를 갖고, 교섭대표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참여 노동조합 중에서 다시 교섭요구를 할 수가 있지만 교섭 대표를 지위를 정하는 절차를 또 똑같이 밟아야 한다.(시행령 제14조의10) 언제 교섭 대표가 정해질까. 교섭은 언제하나.
근로조건이 현저히 차이가 나고 고용형태, 교섭 관행을 참작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또 노동위원회에 가야 한다. (법 제29조의 3, 시행령 제14조의11) 노동위원회에 가면 교섭 단위를 분리해 줄까. 아 노동조합의 지배자님. 노동위원회여 영원하라.
파업 찬반 투표 절차도 ‘참여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 수 기준으로 하고 기업별로 진행해야 한다. (법 제41조 제1항 후문) 참여 노동조합의 내부 관계를 잘 이용해서 파업 찬반 투표를 부디 가결하기를 바란다. 근데 이중 조합원은 투표권을 이중으로 가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법상으로는 이중으로 가져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하자.
3. 그리고 우리의 미래.
이 법 체계에서도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단언 하건데 그들은 인간쓰레기다. 자본가의 똥구멍만 빨아 먹겠다는 쓰레기다. 노조법은 노동조합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다” (법 제2조 제4호) 그런데 이런 전임체계, 교섭 체계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이 번 노조법 개정은 일대 사변이다. 그 동안의 노동조합 활동 방식을 완전히 변경시키는 일대 사변이다. 어용 노동조합만 살아남고 87년 민주 노조는 저 멀리 가라는 자본가들의 사형선고다. 사형선고를 순순히 받아 안고 어용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막대기라도 한 번 휘두르고 죽을 것인가. 87년 민주노조는 그럴 운명이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렇게 87년은 가지만 새로운 탄생을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하다.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단 하나의 선택만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