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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단체 초청 정치토론회 2 (노건추)
번호 109 분류   조회/추천 6721  /  1059
글쓴이 노동전선    
작성일 2008년 09월 26일 15시 13분 48초
링크 첨부   4단체초청토론회(노건추).hwp(80.0 KB)

   

‘우회로’

노건추(준) 집행위원 한석호

 

 

이 글은 노건추의 공식입장이 아닙니다. 노건추의 고민을 발제문에 담았지만, 많은 점에서 개인의 입장입니다.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에 관한 노건추 추진세력 내부의 입장은 노동전선만큼 다양합니다.

발제문은 노동전선의 요청에 따른 순서대로 서술합니다. 다만 2.3.4의 내용이 연결되고 중복되는 것이어서, 하나의 범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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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가와 관련하여

- 진보정당운동 실패의 핵심적 원인은 무엇인가?

- 자기반성적 평가의 핵심적 내용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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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실패의 원인은 패권주의와 노동정치의 실패다

 

1-1.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진보정당운동의 실패를 말한다. 그런데 실패의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는 서로 다르고, 또 때로는 모호하다. 지지율과 의원수가 줄어든 것? 아니면 민주노동당이 분열한 것? 좌파노선을 걷지 못한 것?

 

그 내용을 놓고 같은 사람이 글을 쓰면서도 어떤 때는 의원수와 지지율이 줄어든 것을 실패의 내용으로 지적하고, 또 어떤 때는 좌파노선을 걷지 못한 것을 내용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그 두 가지 지점은 현재 한국의 물적 토대와 대중인식을 볼 때, 서로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2. 민주노동당은 분당하면서 당세가 위축되었고, 진보신당은 유의미한 정당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편 사회당도 실패했다. 또한 정당운동 밖의 이른바 계급좌파는 아직도 정당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진보정당운동의 실험 모두를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평가다. 노동계급과 진보진영은 진보정당운동의 실험을 충분히 하지도 않았고, 여전히 다양한 고민과 방식으로 실험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1-3. 민주노동당은 실패했다.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에서 분당 원인으로 주요하게 거론된 것은 다수파의 종북주의 노선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당의 핵심원인이 아니고, 분당의 기술이었다.

 

분당의 핵심 출발점은 몰상식한 패권주의였고, 분당과정에서의 성찰을 통해 확인된 것은 노동정치의 실패였다. 이 두 가지가 분당의 핵심원인이었다.

 

1-4.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패권주의 문제가 심각했다. 공정한 노선경쟁을 불가능하게 했다.

 

“나는 왜 미친 듯이 신당창당에 나섰나.(한석호. 레디앙)”에서 인용

 

둘째, 민주노동당 안에서의 공정한 노선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것을 단적으로 확인한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자주파 안에서도 심상정 비대위를 세워 분당을 막아보고자 노력했던 동지들이 있습니다. 비대위의 혁신안이 나온 뒤, 그 중의 한 동지를 만났습니다. 대표적인 패권주의 종파사건으로 기록된 용산 사태에 대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용산 사태란 평등파가 어렵게 만들고 이끌어가던 용산 지구당을 장악하기 위해, 자주파 중의 한 세력이 100여 명에 이르는 무리를 이끌고 주소 이전, 위장 전입 등을 감행했고, 결국 지역당권을 장악한 사건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직에서는 언제든 크고 작은 패권이 발생한다. 그런데 평등파가 자주파를 향해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주파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당비 대납, 대리 투표 등의 몰상식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상식과 몰상식에 대한 가치판단의 차이이다. 평등파에서는 몰상식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몰상식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신당창당 투쟁을 시작할 때의 제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5. 두 번째 핵심원인은 노동정치의 실패였다.

 

<노건추 제안서 초안 인용> - 3. 그동안의 노동정치는 실패했다

분당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패에 대한 평가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었던 지난 10년간의 노동정치는 실패했다.

 

첫째, 노동정치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말로만 비정규직이었고, 말로만 미조직 노동대중이었다. 실제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 그 가운데서도 민주노총 조합원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850만의 비정규직과 전체 노동계급의 90%인 미조직 노동자를 노동정치로 조직하지 않았다. 한편, 세상이 바뀌어 단위사업장의 각종 현안과 투쟁조차 지역정치와 전국정치에 의해 규정받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노동정치는 지역정치와 전국정치를 소홀히 했다.

 

둘째, 노동정치는 우물 안 개구리도 챙기지 못했다. 배타적 지지방침에 안주해서 정치사업을 집행부에게만 맡겨놓았다. 노동자 당원의 훈련과 학습, 실천은 거의 없었다. 조합원에 대한 일상 정치사업은 1년에 정치교육 한두 차례 하는 것이 전부였다. 선거철이 되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결과 조합원들은 돈(만) 대고 표 찍는(그러나, 표도 제대로 안 찍는) 동원 대상으로 전락했다.

 

셋째, 노동정치는 게으르고 무책임했다. 먹고 살 일이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 그러나 사실은 대부분 귀찮아서 - 노동정치를 당의 전업활동가들에게 맡겨버렸다. 각종 당 사업과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귀찮아했고, 참석하더라도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당직공직에서도 스스로를 소외하고 방기했다. 또한 노동정치는 공직에 나선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못했다.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노동자들이 지역 진보정치를 고민하고 학습하면서 실천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특수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뒤 “학습은 무슨? 보수정당 의원에게 재선하는 방법이나 배우지.” 하는 따위의 심각한 태도에 대해서도 방치했다. 그 결과 공직진출이 점점 출세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넷째, 노동정치는 내용의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었다. 노동정치의 의제와 실천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 - 전체 노동계급의 10%에 불과한 조합원들 - 의 처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의제를 개발하고 실천함에 있어서 항상 그들의 눈치만을 살폈다. 조합원들이 싫어한다거나, 논란이 심해서 현장 혼란을 초래한다거나, 집행부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가 따라 붙었다. 의료, 교육, 비정규직, 사회연대전략, 평화, 광우병쇠고기 등 전체 민중과 노동계급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의제와 실천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생색내기 실천에 그쳤다.

 

노동정치의 실패는 그 누구를 탓하거나 그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정치에 나섰던 바로 우리들’이 그 실패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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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당의 방향, 내용과 관련하여

- 사회변혁을 실현하는 전략이 무엇인가?

- 사회주의를 표방할 것인가? 한다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하는가?

- 선거를 통한 집권을 중심으로 하는 당인가? 선거와 투쟁을 병행한다면 그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가? 이 경우 의회주의, 합법주의에 빠지지 않을 방도가 무엇인가? 기존 민노당이나, 기존 정치조직과 일상활동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 선거를 통한 집권을 부정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본다면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 대중정당, 전위정당 등의 구분법으로 본다면 당의 성격은?

 

3) 당건설의 일정과 관련하여

- 당 건설의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가?

- 언제 당을 만들려 하는가?

- 그 추진경로와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4) 주체세력에 대해

- 노동자계급정당인가? 계급연합정당인가?

- 당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세력의 기준은 무엇인가?

- 그 기준 하에 현재의 각 세력(정파)에 대한 판단은 어떤가?

- 결과와 관계없이 각 세력과 당건설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면 그 범위와 방법이 무엇인가?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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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다

 

2-1. 사회변혁의 핵심은 ‘대중참여(동원)전략’이다. 그것은 모든 전략전술의 중심에 위치한다. 계급대중과 인민대중이 혁명으로 나서지 않으면 변혁은 불가능하다. 관건은 대중의 참여를 조직하고, 대중이 일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이 혁명의 시대라면, 당연히 혁명적 전략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혁명의 시대가 아니다.

 

2-2. 사회주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혁명적 노동계급이다.

 

“기존의 사회가 기초하고 있던 ‘전체 활동’에 반대하여 혁명을 일으키는 대중의 형성이 현존하지 않는다면, 혁명의 이념이 수백 번 외쳐지든 말든 그것은 - 공산주의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듯이 - 실제적인 발전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중에서>”

 

“노동계급의 처지는 현재의 모든 사회운동들의 실제적 지반이자 출발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현존하는 사회적 비참함의 가장 높은, 가장 적나라한 정점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의 처지에 의해서 직접적으로는 프랑스와 독일의 노동자 공산주의가 생겨났고, 간접적으로는 푸리에주의와 잉글랜드 사회주의 및 독일의 교양 있는 부르주아지의 공산주의가 생겨났다. 그러므로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이론들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이론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에 확고한 토대를 부여하고, 찬성과 반대를 막론하고 모든 몽상들과 환상들을 끝장내자면 프롤레타리아의 처지에 대한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잉글랜드 노동계급의 처지 중에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노동계급은

“아무런 혜택도 향유하지 못한 채 사회의 모든 짐들을 다 짊어지고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다른 모든 계급들과의 결정적 대립 속으로 강제되는 계급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중에서>”

도 아니고,

 

“전혀 가진 것이 없고 전래의 온갖 사슬로부터 풀려나 새처럼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주택문제에 대하여 중에서>

도 전혀 아니다.

 

2-3. 지금 한국의 노동계급은 전혀 가진 것이 없거나, 아무런 혜택도 향유하지 못하는 그런 계급이 아니다. 사회의 모든 짐들을 다 짊어지고 있지도 않고, 사회로부터 추방되지도 않았다. 전래의 온갖 사슬로부터 풀려나 새처럼 자유롭기는커녕, 주택, 의료, 복지, 교육, 주식, 더 멋있는 차, 레저, 임금, 상여금 등의 사슬에 얽매어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계급은 일정하게 개량화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분석이 아닐 것이다.

 

다른 모든 계급들과의 결정적 대립 속으로 강제되는 계급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그 성과를 향유하고 있는 것 이다. 이것은 정규직만 그런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투쟁도 사실은 이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2-4. 바로 이러한 계급조건으로부터 현재의 노동운동, 정당운동, 정파조직, 활동가의 상태가 연유되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 진보운동이, 좌파운동이 죽을 쓰고 있는 근본 원인은 개량적인 어떤 정파나 정당, 기회주의적인 어떤 활동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고의 혁명적 언사를 쓰고 있는 정파나 활동가가 개입하는 투쟁도 실제는 결정적 대립으로 강제되는 투쟁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투쟁에 머물지 않던가. 그러나 한국의 좌파는 이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내키지 않지만,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3-1. 변혁을 위해서는 사회주의 노동자계급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변혁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목표이고, 과제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만들 세력과 실력이 있는가, 하는 점에서 누가 과연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만들려고 하는 정당이 자족적인 정당이 아니라 현실에서 유의미한 힘을 갖는 정당이라면, 또한 지금의 사회주의 정파들을 모아놓고 당이라는 이름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은 세력과 실력과 돈이 없다. 내키지 않더라도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사회주의, 사민주의가 공존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사민주의가 하나의 당에서 함께 하는 동안에는 서로 경쟁의 룰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사상과 노선으로 당을 끌어가기 위해 각자 노력할 것이다. 당연히 사회주의자들은 진보정당이 ‘계급정당, 운동정당, 이념정당’으로서의 사회주의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공동의 실천을 기울여야 한다.

 

3-2. 지난 10년간의 정당운동 속에서 ‘사회당의 실패’와 ‘다함께의 세력 확장’이라는 사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깃발을 걸고 의기양양하게 출발했던 사회당은 당원들이 전월세를 빼는 정도의 노력과 실천을 했음에도 실패했다. 다함께는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 차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자체적으로 실력과 세력이 안 되는 가운데, 하나는 독자정당 전략을 채택했고, 하나는 우회로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3-3. 자유에도 어떤 자유냐 하는 관점이 있고, 민주주의에도 어떤 민주주의냐 하는 관점이 있듯 ‘선거를 통한 집권’이나 ‘의회’를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도 관점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그 관점의 문제이지, 그 기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선거를 통한 집권이나 의회를 통해 변혁을 강화시킬 것이냐 후퇴시킬 것이냐 하는 것은 주체와 조건의 문제이지, 결코 그 기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부구조를 1차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물적 토대 - 생산력, 노동계급의 상태 등 - 이지, 상부구조 그 자체 - 제도의 성격 - 가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고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계급좌파가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바깥에 있으면서 계급적 원칙을 견지했다고 해서 그동안 변혁이 강화되거나 운동이 발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바, 사실 의회는 계급투쟁의 무대이다” <레닌의 코민테른 제2회 대회에서의 연설 중에서>

 

3-4. 의회주의와 합법주의에 빠지지 않고, 또한 ‘선거를 통한 집권’을 변혁역량 강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중참여(동원)전략을 구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주체를 키우고 강화해야 한다.

 

사민주의 지도자, 정치인, 세력을 능가하는 사회주의 지도자, 정치인, 세력을 배출하고 키워야 한다. 그러한 지도자와 정치인, 세력이 노동계급과 대중들에게 사민주의 방식의 정치활동이 아닌 사회주의 방식의 정치활동으로 대안을 줄 수 있음을 확인시키고 증명해야 한다.

 

인간의 행동동인은 다양한 측면이 있는데, 거칠지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면, ‘노선(사상, 가치)’과 ‘관계’와 ‘욕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노선, 또 어떤 이는 관계, 어떤 이는 욕망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자신의 행동의 동인을 가지게 된다. 물론 각각의 동인이 한 사람의 행동동인으로 뒤섞이기도 한다.

 

그러나 혁명이나 격변의 시기가 아닌 일상시기에 있어서 대중의 행동동인은 욕망을 중심으로 작용한다. 욕망에서 관계와 노선으로, 그리고 욕망과 관계에서 노선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시기 대중의 행동동인이 노선(사회주의, 변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욕망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에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회주의적 해결책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 구호와 “저 하늘나라에 영생이 있으니 믿고 따르라.” 하는 것으로는 대중을 얻을 수 없다. 사회주의는 종교가 아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있어 영국노동당은 ‘사민주의’를 내세워 성공한 것이 아니고, 러시아 볼셰비키 역시 ‘사회주의’를 내세워 성공했던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의회선거에서든 가두혁명에서든 인민은 ‘사회주의’나 ‘사민주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상황에서 구체적 정책과 구체적 정당에 의해 움직여왔다.” <이재영. 주대환의 대부분은 옳지 않다. 레디앙 중에서>

 

3-5. 사회주의 노동계급정당을 독자적으로 건설하든, 우회로를 걷든, 과도한 자격기준과 관문을 두는 것으로서의 전위정당이나 활동가정당은 아니다. 대중정당이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시대상황이다. 지금은 대중의 시대다. 이미 87년 대파업투쟁을 거치며 소수 활동가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21세기 한국에서는 활동가들이 앞장서서 선동한다고 해서 대중이 정치적으로 각성되거나 투쟁에 나서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1~2천명의 활동가로 만들어진 당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당이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 그러한 정당의 건설에 지금의 활동가들 얼마나 동의하고 참여하겠는가. - 설사 만들었다고 치더라도 정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얼마 가지 못해 모두 지쳐버릴 것이다. 노동계급과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른 진보정당과 경쟁해야 하고, 그 경쟁을 위해 소수의 당원들이 혹사를 당할 것이다. 이것은 현실적 문제다. 현재의 활동가들의 재정책임수준과 실천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재의 활동가들이 당을 만들고 나면 개과천선이라도 해서 집 팔고 논 팔 수 있단 말인가. 더 적극적으로 실천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인가. 과연 얼마나.

 

셋째, 한국의 운동역사로부터 확인된 바, 활동가들끼리만 모아놓으면, 그 어떤 것도 결정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의 좌파가 다양한 정파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노건추의 고민은?

아래 글은 노건추(준) 제안서 초안의 일부입니다. 10월11일경의 준비위원회의를 통해 수정 채택한 뒤, 100~150명 정도의 준비위원 명의로 공개할 것입니다.

 

5. 노건추를 만들자

 

1) 만들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정치를 올바로 세우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민주노동당만 있으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알아서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것이 얼마나 안이한 판단이었는가를 목격하고 있다. 또 다시 노동정치가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전망들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진정한 노동자 정치운동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길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반성과 함께 새로운 노동자 정치의 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첫째, 민주노동당 활동에 대해 함께 겸허하게 돌아보고자 한다. 왜 "민주노동당 내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었지만 민주노총 내에 민주노동당 당원은 없는 게 현실"이 되었는지, 그것을 극복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활동을 제대로 한 조합원 당원이 적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가 해명되고,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지 당비를 내고,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었던 그동안의 활동전반에 대해 함께 평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계급운동으로서의 노동자 정치운동을 복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 정치운동과 노동운동의 관계를 정립하고, 현 시기 투쟁과 조직화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한다. 의원 10명을 가지고도 못했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산별노조와 함께 하는 노동자 정치가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내야 한다. 특히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을 위한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지적하는 동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정치의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

 

셋째, 아래로부터 노동자 진보정당 운동의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 당의 강령과 기본정책 그리고 당면한 정치방침을 가지고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정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당원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었다. 단지 선거를 위한 분회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자본의 공세에 맞선 지역과 현장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당을 통한 정치활동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고유의 정치적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하나에 기대어 "정치투쟁은 정당이 하고,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을 하는 것"으로 잘못 치부해 온 부분이 있다. 노동자 정치의 영역을 확장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에 복무하는 정당의 모습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노동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든 문제, 여성 ․ 환경 ․ 성소주자 ․ 이주노동자 ․ 민생문제 등 모든 영역에 대한 진보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실천해나갈 길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의 영역을 확대함과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살아있는 노동자 정치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성찰 및 방향의 모색과 함께 노건추는 노동정치 대오에 대한 정치훈련, 정치학습, 정치실천을 진행할 것이다. 노동자가 현장정치와 지역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대안을 개발할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배포할 선전물을 만들 것이다. 노동정치 대오의 누구든지, 언제든, 당직과 공직에 나설 수 있도록 내용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원할 것이다.

 

또한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했으나 진보신당에도 입당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정치세력화도 고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묶어내는 일이다. 과거에 그들이 어떤 이유에 의해서 민주노동당에 가입을 했든지, 그들은 노동정치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2) 참여대상은 누구인가

 

노건추의 참여대상은 민주노동당을 탈당해서 진보신당에 입당한 노동자, 민주노동당을 탈당했으나 진보신당에 입당하지 않은 노동자, 또 민주노동당과는 무관하게 새롭게 진보신당에 입당한 노동자, 그리고 취지에 동의하는 노동자가 될 것이다.

 

노동자의 힘이 추진하는 계급정당 흐름은 당장 노건추에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총회 방침에 따라 당분간 하나의 틀로 묶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계급정당 추진기구의 참여대상에서 노건추의 참여대상을 제외했다.

 

한편 현장의 참여범위는 최대한 넓혀야 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노동정치를 집행부에게 맡겨놓았던 것이 노동정치 실패의 이유로 지적되었다. 더구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불가능하다. 모든 노동자 당원이 나서서 훈련하고 학습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강제할 수 없을 뿐이지, 가능한 밑바닥까지를 조직해야 한다. 책임단위만 조직하는 방식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실패를 반복할 뿐이다. 다만 이미 진보신당에 입당한 당원들에 대해서는 이중적 활동에 대한 현실적 부담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도 노건추의 문제의식과 내용, 실천에 함께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앞으로 새롭게 건설(제2창당)될 진보정당에서의 노동정치는 책임자들만 결합하는 노동위원회 방식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 당원이 결합하는 노동부문협의회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3) 진보신당과 계급정당추진세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동정치의 입장에서 볼 때, ‘진보신당 흐름’과 ‘노동자의 힘이 추진하는 계급정당 흐름’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당분간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 두 흐름 내부에 각각 존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당장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서로 생각하는 정당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급정당 추진흐름과의 통합은 중장기 과제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동안은 협의하고 토론하면서, 하나로 모아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아야 한다.

한편으로 노건추는 진보신당 등이 추진하는 제2창당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이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제2창당)을 위한 준비기구 성격’의 정당이다. 노건추는 제2창당 과정에 개입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진보정당의 출발부터 노동정치 실현의 토대를 만들 것이다. 요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내용으로 관철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위의 두 과제는 충돌할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칫하면 무의미한 논쟁이 될 수 있다. 이 사안은 각각의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에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하는 제2창당 과정에 개입하고, 다른 한편으로 계급정당 추진세력과의 모색과정을 거친 뒤, 적절한 시점에 고민하고 판단하면 된다.

 

노건추가 제2창당하는 정당의 노동부문협의회로 전환할 수도 있고, 계급정당추진세력과 제2창당세력의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제2창당을 통한 노동정치의 실현이 불가능하면 전혀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운동은 역동적이고, 정치는 생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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