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7.12.25(10호) |
2007년 대선 패배로 기로에 선 민주노동당, 그리고 변혁운동 진영의 동향 12월 19일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패배했다. 1996년 민주노총의 노개투 총파업투쟁 성과를 대부분 받아안고 시작한 지난 10년간의 ‘노동자정치세력화’가 기로에 섰다. 당내에서는 민노당의 대선패배에 대한 원인진단과 해법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그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대립 양상은 당권을 차지하고 대선을 주도해 온 당내 우파인 이른바 ‘자주파’와 당내 좌파인 이른바 ‘평등파’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패배로 기로에 직면한 민노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 당권과 의석수를 놓고 적당히 수습하여 총선체제로 갈 것인가? 민족주의적 패권과 의회주의로 치닫고 있는 민노당을 혁신할 것인가? 한국 변혁운동에서 민노당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조명하고 민노당을 넘어선 노동자 정치운동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낼 것인가?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까지의 민노당 내 각 정치세력의 행보를 보면 민노당 자체의 혁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10년간의 민노당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도도한 흐름 치여’ 아직까지 대선에 대한 그 어떤 정치적 대응도 못하고 있는 민노당 밖의 변혁운동 세력들이 민노당의 대선 패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민노당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정치 프로그램을 실천으로 옮길 태세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압승, 민노당 패배로 표현된 노동자․민중진영의 패배를 변혁운동의 진전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 |
12월 29일 당 중앙위원에서 최고위원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 논의 대선 패배 후 권영길 후보는 상투적인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고, 12월 2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2008년 총선 비례대표제 후보등록과 당직선거를 유보하고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대선 참패로 기로에 선 민주노동당은 12월 26일 열리는 최고위에서는 최고위원 총사퇴 결의와 더불어 비대위 인선안 등 향후 정치 일정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에서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안을 논의하여, 12월 29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대선패배를 수습하고, 총선체제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진그룹은 임시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29일 민노당 중앙위는 대선패배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우파 대선패배 후 권영길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가고, 문성현 대표와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 등 당지도부의 대부분은 총선으로 돌파할 것과 총선승리를 위해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 시기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적극 설파하며 자주파의 선봉에 서왔던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총선까지 100일 남았는데 이 때까지 노선 논쟁을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총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게 급선무기 때문에 노선 정리는 총선 후에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은 선대본부 평가회의에서 “총선이라고 하는 큰 싸움이 눈 앞에 있는 만큼 내부 단결을 기할 수 있는 노력이 백방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 분열을 꾀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우파는 12월 23일 비공식적인 전국회의를 통해 비대위 구성 등 대선 수습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 6표제 방식의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해 모든 것을 다시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고 한다. 우파 독식구조라고 비판받아왔던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바꾸어 당내 좌파와 의석을 분점하는 타협책으로 대선패배 책임을 봉합해 나갈 가능성이 많다.
한국진보연대 대선 전에 한국진보연대는 민노당 권영길후보 선거운동의 중심에 섰다. 대선 후에는 범민련 관련 인사들이 대거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민족주의 우파 주도의 총선을 준비했다. 한국진보연대가 대선승리를 위한 100만 민중총궐기를 추진하고, 그동안 광화문 가두집회에서 좌파의 투쟁을 “여론에 고립된다”는 이유로 만류하던 것과는 달리 비교적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일상적인 대중투쟁이 단절된 속에서 일회성 투쟁으로 대선분위기를 잡을 수는 없었다. 12월 21일 한국진보연대는 ‘대선평가와 향후전망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성희 소통과 혁신 연구소 소장은 대선패배의 주요원인을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당‘, ’데모당’이라는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른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노선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의 내부 혁신만으로는 안되며, 보수대연합 정치구도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운동 전반을 고립시키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각계 진보민중세력을 총망라하는 ‘진보대연합당’ 건설 노력이나 총선 연합공천 등 진보개혁세력의 연대연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이 연합 공천을 추진하고, 그 성과를 모아 총선 후 창조한국당, 사회당 등 제 진보개혁세력이 함께하고 민중운동과 개혁적 시민운동이 결합하는 진보대연합당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진보연대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대선패인을 ‘낡은 진보’의 표상이 되어 버리고, ‘무단 칼’로 비유하며 권영길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경제문제를 선점해 버린 이명박에 대해 국가비전으로서의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꼽고 있다. 선거후 대책에 대해서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대중의 냉엄한 심판 앞에서 겸허히 평가하고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파적 입장에서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 경우에도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비례대표 선출과 지도부 구성을 비롯하여 당내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함에 있어서 단합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대승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2월 29일 민노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과 비례대표선출에서 당내 좌파에게 일정 양보를 통해 수습하자는 것을 직설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서둘러 총선을 돌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진 당내 좌파그룹들 중 최대 조직인 전진은 22일 중앙위원회와 23일 임시총회에서 약 90%의 찬성으로 내년 총선 비례대표경선에서 전진 후보를 내지 않고, 임시당대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비례대표 불출마는 당혁신 주장이 국회의원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비칠 것을 우려하여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결정된 바 있는 1인 6표제 방식의 비례대표 선출에서 당내 우파의 의원독점을 막을 길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임시당대회에서는 당강령 정신의 재실현, 대선 및 당 운영에서의 패권주의 평가, 종북주의 등 반진보적 노선에 대한 전면적 청산 등을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전진은 그동안 민노당 내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당내 우파의 종북주의를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당직공직 겸직허용 등 당내 우파의 패권적 행보에 대해서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진은 임시당대회를 통한 평가 및 쇄신 계획없이 당직, 공직 선거 일정을 정하는 데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임시당대회가 소집된다고 해도 선거 일정이 진행될 경우 당 혁신이 선거일정에 밀려 흐지부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총사퇴 후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리형 비대위‘가 아닌 ’혁신 비대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비대위의 성격을 총선 관리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당내 우파와 비대위의 성격과 구성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결과가 드러나기 전부터 전진 내에서 논의되던 ‘분당’에 대해서는 임시총회에서 ‘분당론’과 ‘혁신론’이 대립한 결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당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진회원들이 분당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전진 회원이 고백하듯 민주노동당이라는 일종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 밖으로 나올 경우 감내해야 할 ‘추위’를 두려워하고 있는 듯싶다. 대선 기간 당내 정치그룹인 전진은 자신의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노회찬, 심상정 심지어는 권영길 지지자로 제각각 행보함으로써 정치조직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었다. 이런 속에서 당내 우파가 비대위 구성과 비례대표 경선방식변경 등 타협책을 낼 경우 전진 내에서는 그 정도를 혁신의 성과로 포장하고 수습하여 총선에 뛰어들자는 의견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분당을 감수하고 당혁신을 주장하는 세력과의 대립으로 대선 이후 또 한번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다함께 민주노동당 내 좌파 그룹인 다함께는 대서 이후 기관지인 ‘맞불’을 통해 대선 평가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선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에서 분당까지 들먹이며 당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전진에 대해 ‘종파주의’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패배를 둘러싼 평가와 대책에 대한 핵심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권영길 후보가 대변한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고전적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이었다. 권영길 후보가 ‘주사파’의 후보였고 ‘주사파’의 정책을 대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권영길 후보는 그동안 민주노동당이 개발한 대표 공약들을 충실하게 대변했고, ‘주사파’가 아닌 다른 의견그룹 소속 인사들도 권영길 후보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다.(예컨대 권영길 후보 캠프의 김용신 기획특보, 이호성 의전담당, 박용진 대변인은 모두 ‘전진’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문명학 정무특보와 오건호 정책특보도 평등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민주노동당의 득표수가 줄어든 원인을 권영길 후보나 ‘코리아연방공화국’ 공약에서 찾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은 평가다. 노동계급 운동에 기반을 둔 당에서 후보 개인이 득표를 크게 좌우하는 요인으로 보기 힘들고, 반발에 부딪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도 않은 슬로건에서 원인을 찾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물론 특정 정파가 자신의 정치 강령을 정파연합적 당의 공약으로 삼으려는 시도나 소수 정파를 배려하지 않는 패권적 당 운영은 부적절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문제 삼아 선거 운동에 불참하거나, 심지어 분당 논의에 열중한 일부 의견그룹들의 일부 개인들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했다. 분당을 고민하면서 어찌 당의 득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었겠으며, 노력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득표 저조를 문제 삼는 것도 호소력이 없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프레시안>, 최장집, 전순옥 등 당 바깥으로부터의 민주노동당 공격이 당내 일부 의견그룹 일부 리더들의 당 지도부 공격과 일종의 공조를 취하고 있음도 밝혀냈다. 대선운동에 열의 있게 참가하지 않은 일부 의견그룹의 일부 개인들이 이번 대선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이용해 당권을 잡고 당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려 한다면(다함께는 진보정당 선거패배 후 당의 좌파적 부분이 분당하여 결국 당의 우경화를 초래한다는 입장) 진지한 당원들의 눈에 결코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권영길 후보가 이 정도를 득표한 것은 전혀 의미없지 않다. 더구나 올해 민주노동당은 한미FTA 저지 투쟁과 뉴코아·이랜드 투쟁 등에서 투쟁하는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권영길 후보도 ‘범국민행동의 날’ 건설 등 대중 투쟁을 고무했다. 이처럼 투쟁적이고 좌파적으로 보인 후보에게 적잖은 유권자가 지지를 표한 것이다. 이것은 확고하게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70만 명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70만 표는 새 정권에서 흔들림 없이 반전·반신자유주의 운동을 건설할 수 있는 종자돈이다.“
노동해방실천연대 민노당 내 좌파 그룹인 노동해방실천연대(구 평등연대)는 12월 20일 성명서를 통해 “모든 당일정의 연기와 철저한 선평가를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노동해방실천연대는 “총선대비가 되었든, 재창당이 되었든, 신당창당이 되었든 그것은 평가가 철저히 진행된 이후의 일이다. 대의원대회는 연내에 늦어도 내년 1월 10일 이전에 소집되어야 한다”, “이갑용동지후보자격불인정과 이른바 자주파의 상대후보에 대한 종파적 음해, 한국노총에 대한 굴욕적인 사과 등을 경험하면서 과연 민주노동당이 이제라도 혁신되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발전에 앞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문을 갖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들의 정당이 아니라 운동내 정파상층관료들의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노동당이 혁신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듯이 해방연대는 이미 내부적으로는 분당을 결정했다고 한다. |
한국사회당 한국사회당은 대선결과 더 이상 합법정당으로 존립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득표 면에서보면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차별성을 좌파 진보정당으로 가지려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새로운 진보’를 내걸어 그 차별성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사회당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선전 내걸었던 ‘민주공화제’에서부터 선거운동 중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점진적 해결’ 등 우경화의 길을 걸었다. 대선 후 사회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고 있는 바가 없다. 그러나 정당해산 후 다른 형태로의 존립 방도까지 모색해야 하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노동자의힘, 사회주의노동자연합 등 변혁적 노동운동진영 민주노동당을 의회주의, 사민주의 정당으로 규정하고 변혁운동을 위한 다른 조직노선을 걸어온 비민노당 좌파들이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에 대한 아직 특별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비민노당 변혁운동진영이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를 변혁적 정치운동 특히 노동자계급정당건설과 연관하여 어떤 정세인식을 하고 있는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2008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선언한 바 있는 노동자의힘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해 좌파정치테이블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의힘이 계급정당건설을 위한 좌파정치테이블의 일차적 대상이었던 써클들 중 일부가 통합하여 2008년 2월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출범을 앞두고 있다. 노동자의힘은 답보상태에 있던 좌파정치테이블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당건설논의를 공개적으로 제기할 전망이다. 1997년 대선에 ‘국승21’에 ‘정치연대’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던 변혁적 노동운동 진영이 ‘일어서라 코리아’ 파동을 계기로 민주노동당 노선에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 후 10년 민주노동당은 다시 ‘코리아연방공화국’ 파동으로 요동치고 있다. 바야흐로 민주노동당의 변화와 민주노동당을 넘어선 변혁적 노동운동의 전망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정세가 형성되고 있다. 그 변화가 어디 쯤에서 시작하고 어디쯤에서 끝날 것인지는 민주노동당 내의 혁신운동 보다는 비민주노동당 변혁운동 진영의 손에 달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