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국노동조합은 중세 수공업자 동업자 조직 수준으로 전락할 것인가?
-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판매연대노조 가입 승인을 촉구하며
중세 그러니까 봉건시대였던 11~16세기에 유럽에서 번성하고 자본주의 발전 시기까지 존재했던 길드라고 불리는 수공업자들의 동업조합, 혹은 동직 조합이 있었다. 이 수공업자 길드 조직은 장인(匠人) 같은 수공업자들 중심의 동업자 조합을 꾸려서 생산과 판매 사업을 독점하고 상호부조와 친목도목 사업을 전개하며 활동했다.
이 동업자 조합은 장인 수하에 직인들을 두고 도제제도를 통하여 엄격한 위계를 유지하며 도제(徒弟)와 직인(職人)을 마음껏 부려 먹었다. 장인들은 위계적인 도제제도 속에 단계를 두어 도제가 직인이 되고 직인이 장인이 될 수 있는 기준을 극도로 높여서 장인의 지위를 유지하려 하였다. 동업자 조합은 직인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동업자 조직 외부에 대해 극단적으로 폐쇄적이었다.
백과사전을 뒤져서 수공업자 조직에 대해 살펴보니 오늘날 한국 노동조합의 현실이 떠올라 서글픔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물론 여전히 투쟁하는 노조가 있고, 그 속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정규직 중심의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해방과 단결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중세의 수공업자 동업조합 수준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한때 용역깡패와 구사대에 맞서 노동자 단결의 모습을 보여주던 기아차 노조는 이제 1사 1조직 파기로 노동조합은 그 수공업자 조직의 극단적 배타성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월호 투쟁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투쟁하던 자랑스러운 전교조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반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지회는 인소싱 합의로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에 동참하는 반노동자적 모습을 보여줬다. 직접적인 노조의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할지라도 군산공장, 부평공장에서도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를 정규직 노조가 수수방관하여 사실상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를 방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승인 여부는 수년 동안 첨예한 쟁점이 되어 왔다. 현대차, 기아차의 정규직 노조(판매위원회)에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봉쇄해 왔다.
자동차 정규직 판매 노동자들이 딜러와 대리점 등에 대해 자신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막는 것은 중세 장인적인 배타성으로 명분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판매연대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가입을 통해 강력하게 조직된다면 원청 사용자성 요구를 바탕으로 직영점 전환을 내걸고 싸울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멀리 내다본다면 정규직 판매 노동자들의 현실적 이해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판매연대 노동자들은 희대의 악법인 파견법 철폐 투쟁과 현장의 공동투쟁으로 정규직 판매노동자들과 함께 자본에 투쟁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또 다시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가 안건으로 다뤄진다. 오늘 3월 12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또 다시 판매연내노조의 승인이 부결된다면 이날은 한국노동조합 운동이 중세의 수공업자 동업자 조직으로 전락하는 치욕의 날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한국지엠에서 비정규직과 우선 정리해고 합의와 방관이 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반대는 노동자의 대의일 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고용과 생존을 사수하는 현실적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금 확인했다.
우리는 오늘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승인이 만장일치로 이루어지기를 염원한다. 그리하여 장인 중심의 수공업자 조직이 아니라 노동자 단결과 해방을 위해 싸우는 노동조합 운동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한국노동운동을 이끌어 왔던 자랑스러운 금속노동자들, 그 중심에 있는 금속노조 대의원 동지들이 다시 노동자 대단결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바란다.
조선소뿐만 아니라 금호타이어, 한국지엠까지 구조조정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노동자들의 운명이 자본과 권력의 구조조정 공세에 태풍 앞에 촛불과 같다.
금속노조가 오늘 대의원대회에서 힘찬 투쟁결의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굳건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2018년 3월 12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