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직선제 실시 가능하다. 직선제유보를 중단하라
3년전 민주노총 제5기 임원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진영이 선거공약으로 직선제 추진을 내걸었다. 수년동안 직선제 시기상조론을 근거로 직선제를 반대하던 동지들도 드디어 직선제 추진에 동의한 것이었다. 그 후 이석행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을 통해 2009년말 직선제 실시를 결정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 집행부는 직선제 3년 유보안을 들고 나왔다. 10년에 가까운 논의 끝에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의한 직선제를 집행부가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9월 1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제출하는 직선제 추진안을 보면 그동안 직선제 실시를 둘러싼 중요한 쟁점들이 대체로 정리되었다. 민주노총 의무금납부와 선거권 문제도 단일한 안으로 정리되었다. 조합원 명부 문제도 약간의 시간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상 가능한 부정선거에 대한 나름대로의 제도적 대책도 규정과 규칙을 통해 준비되고 있다. 직선제 준비위를 거쳐 선거관리위원회가 보고한 제도적인 준비로 보면 직선제 실시에 결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소한 직선제 추진안에 보고된 내용만 보면 왜 직선제를 유보해야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중집과 중앙위에서 직선제 유보를 결정하게 된 근거가 무엇인가?
3년전에 직선제 추진단위를 구성하고 이석행 집행부가 허송세월을 보낸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조합원명부였다. 결국 2만명도 안되는 조합원 명부를 모은 채 폐기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유령조직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전교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노조들은 이미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명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은 연맹들도 산하에 소산별노조들이 직선제를 하고 있고, 기업별노조들이 모두 조합원 명부를 갖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태만과 산별조직의 명부제출거부가 결합하여 무려 2년의 세월을 허비했다. 그러면서 직선제에 대한 불가론이 유포되어 갔다.
최근 민주노총 선관위가 각 가맹산하조직에 직선제 선결조건의 하나로 ‘정해진 기한 내에 조합원 명부를 제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절대다수의 조직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 외에 가맹산하조직 선관위 구성 등 이른바 4대 선결과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조직들은 해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조합원 대중에게 아직 투명하게 보고되고 있지 않고 상층의 논의 속에 갇혀 있는 ‘직선제 유보의 실질적 근거’가 무엇인가? 그것은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이다. 선거관리를 각 산별조직별로 하고 조합원들이 작업장에 밀집되어 있지 않고, 분산된 경우 이동투표함을 인정하고, 사업장단위 투표가 사업장단위 선관위 관할 하에 있을 때 조직적 부정선거행위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노총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과 정권의 개입으로 부정선거 시비가 붙으면 민주노총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이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우려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 해결할 방안이 없는가? 그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문제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대중적으로 공개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 해결방안에 대한 지혜를 수렴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10일 대의원 및 대표자 수련회를 한다고 하는데 수련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과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왜 직선제를 유보해야 하는지 구체적 이유를 모르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년을 준비하고서 선거일을 3개월도 안남긴 시점에서 ‘준비부족이니 연기합시다’, ‘부정선거를 막을 길이 없으니 잘 못하면 조직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보고하면 대의원들과 대표자들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집행권을 장악한 관료들의 패악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안 없는가? 선거에서 부정은 항상 일어날 수 있다. 단사 집행부의 특정후보 지지를 위한 이른바 ‘통돌이’ 등 부정선거는 투개표 관리를 위한 공정한 선관위 구성과 투개표 참관인 확보로 막을 수 있다. 후보진영 참관인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투표구가 몇 개이며 필요한 참관인이 몇 명인지, 후보진영이 참관인을 세우기 위해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부정선거로 인한 ‘대란’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부정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되는 투표구만 재투표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및 방법을 마련하면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선관위가 마련한 규칙 안에는 이런 장치들이 있고, 몇 가지 점만 보완하면 해결 가능하다.
물론 이런 점들 때문에 물리적으로 2009년 12월 직선제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문제들은 2-3개월의 시간만 가져도 해결가능하다. 규약상 현 집행부의 임기 후 2-3개월을 선거관리를 위한 비대위로 하면 직선제는 실시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집행부가 해결의 관점에서 다양한 견해와 방법을 수렴할 가구를 구성한다면 노동전선은 적극 참여하여 책임있게 해결대안을 제출하고 직선제 추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런 대안들을 제출한 바 있다.
3년전 이석행 집행부는 중요한 몇 가지를 조합원 대중에게 약속했다. 조합비 정률제, 현장대장정을 통한 준비된 총파업, 그리고 직선제였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직선제 유보로 이 모두가 물거품이 되고 말 지경이다.
직선제가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직선제를 한다하여 반드시 훌륭한 집행부가 서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직선제는 민주노총으로 멀어져가는 조합원 대중에게 민주노총의 사업을 제출하고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계기임에 틀림없다. 민주노총 각급 조직을 밑바닦에서부터 확인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합원 대중의 관심과 이해에 부합하는 사업을 정립해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직선제는 민주노총 혁신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다. 특히 나락으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지금의 민주노총은 직선제에서부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투쟁도 못하는 민주노총에서 이제 선거도 못하는 민주노총을 전락할 것인가? 실무적인 과제들을 내세워 직선제를 방해하는 직선제 반대론자들은 이런 역사적 과오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2009년 9월 11일 대의원대회는 직선제 유보를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라 그동안 집행부가 준비못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직선제를 실시하도록 하는 대의원대회가 되어야 한다.
2009년 9월 8일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