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새

고희림 | 시인

사람들에게 밤이 와서
노동자들도 날개를 접는 것처럼 보이지만
날개를 깔거나
날개를 덮거나
해고된 노동자들은 이를 악물고
사람들이 또 하루를 바삐 시작하기 전에
날개를 힘껏 폅니다

어디선가 저기선가 혹은 조금 후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법을 든
경찰들이 몰려오기 전에
노동의 날개로 공중을 나는 겁니다
상부의 지시라고 거들먹거리고
출입금지 푯말을 달고

세상 사람들 알까봐 기래기들 부르고
기름 낀 배때기와 콧구멍을 벌렁거릴
일당들은 모처에 회동하여
몰래 연줄을 놓고
그동안 구축해놓은 라인에 전화질을 하고
사무실을 없앨까 회사를 없앨까
그럴 수는 없지 손배 가압류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너그들 아무리 올라가보라
날아가 봐라
돈을 이길 수 있나 이런 엿같은 심보로
눈 감고 버티기 작정하다
박정희나 박근혜를 그리워 할 때

전 세계의 노동자의 날개는 오늘도
겨드랑이의 날개를 번쩍 치켜 올려
우린 괜찮다 날씨와 관계없다
밑에 사람과 함께 한 하늘 아래
누구나 욕망의 언덕에 쓰러져
근근히 살아들 가지만
노동의 나침판을 맞춰가며
우리 함께 해요 동지들 함께 싸우자고 하지요

노동이란 가치와 듣기만 해도 자유로운 해방이란 말씀이
바로 인간의 삶인데
날자고 날자고 하면 등 따시고 배 불러
높이 날기를 자꾸 피하려 하지만

서로 변하지 않는 마음 한구석
힘들지만 기어코 해방!

일도 하고 인간취급도 받으면 온다는 해방감! 을
찾으려 저 굴뚝이나 공중을 훨훨 날아 가야 해서

그래요 당분간 당분간 우리는 날면서 버티며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마음과
변하지 않는 마음을 합쳐
일도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간절할 때,
우리 그 때는 인민의 촛불이 되고 광장이 되고 혁명이 되기로 하고

모르는 낮선 사람들마저 눈물처럼
쏟아져 우리 곁으로 올 때까지
그래요 우리 조금만 더 당분간 벼랑 끝처럼 이렇게 버텨보아요
날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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